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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CITY & LIFE
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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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주인공
그러나 한국 야생에서 사라진

나는 누구일까?
호시탐탐(虎視眈眈)
산중호걸(山中豪傑)
용호상박(龍虎相搏)
호시우행(虎視牛行)

이들 한자성어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나는 누구일까?


나의 순우리말 이름은 ‘범’이야. 고양잇과의 포유류지.
2020년, 2021년, 내 이름은 참 많이 불렸어.
국악 퓨전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함께 선보인 <범 내려온다>는 곡 덕분이야.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노래야.
토끼 간을 찾는 별주부(자라)가 ‘토 선생’을 부른다는 게 그만 ‘호 선생’을 불렀고, 내가 숲속에서 나오는 모습을 노래해.
내가 주인공인 이 노래는 한국관광공사가 2020년 제작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서울 편에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어.
들썩들썩 흥이 넘치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줬지.
2022년은 나의 해야. 그런데 경북 봉화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동물원 말고 우리나라 야생에 사는 나를 본 적 있어?
한국의 나는 100년간 ‘사실상 멸종’ 상태야.
신성한, 용맹한, 때로는
순진한 모습으로 그려진 호랑이
호랑이 또는 범은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최초로 기록된 문헌은 ‘삼국유사’다. 삼국유사 속 단군신화에선 사람이 되고 싶어 쑥과 마늘을 먹었던 호랑이와 곰이 등장한다. 곰은 사람이 됐지만, 호랑이는 그러지 못했다.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쓴 육당 최남선은 일본인들이 한반도를 토끼 모양이라고 깎아 내렸을 때 그가 창간한 잡지 ‘소년’을 통해 한반도는 용맹한 기상을 가진 호랑이 모습과 같다고 주장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은 숙소에 호랑이 모습의 우리나라 지도와 함께 ‘범 내려온다’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역시 호랑이이고,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중 하나인 수호랑은 흰 호랑이, 즉 ‘백호’다.
산의 주인인 신성한 존재 때로는 곶감을 무서워하는 순진한 존재,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며 사람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 호랑이는 한반도에 살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인왕산에서 호랑이가 많이 출몰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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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지막 호랑이 사진으로 남은
경주 대덕산 호랑이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호랑이가 사실상 멸종 상태다. 엔도 키미오는 저서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에서 한국 호랑이가 사라진 이유를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일본 때문이라고.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해로운 짐승을 구제한다는 ‘해수구제(害獸驅除)’ 사업을 통해 호랑이, 표범 등에 대한 대대적인 사냥에 나섰다. 1922년 경주 대덕산에서 미야케 순사에 의해 사냥당한 호랑이 사진은 남한에서 멸종에 다다른 호랑이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사진으로 남았다.
“산신령이라고도 하며, 또는 산신의 사자(使者)로서, 이 나라 사람들은 호랑이를 우러러 받들었다. 함정을 파서 조금씩 잡아서, 그 가죽을 인근 국가의 왕에게 헌상하는 일은 있어도 호랑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람과 가축에 피해는 입었어도, 호랑이는 효자를 잡아먹지 않는다거나, 행실이 바른 사람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다고 믿으며 호랑이와의 공존을 꾀해 온 것이었다. 한국의 상징이라고도 불리는 동물에게, 일본은 무슨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일까?”
현재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한국에서 사라진 백두산호랑이를 보전하려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목원 호랑이숲에는 한청, 우리, 한, 도 등 백두산호랑이 4마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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