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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더 이상 달리지 않는다”

경주역 & 불국사역
100여 년을 달려온 기차가 멎는다.
경주의 관문이자 경주시민들의 발 노릇을 했던 경주역과 불국사역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그 소임을 마치게 된다.
오랜 세월 수많은 승객을 맞이하고 떠나보낸 역사(驛舍)는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채,
옛 시인의 말처럼 오늘도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테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주역
2021년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하는 경주역은 불국사역과 함께 1918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1993년 울산대 한삼건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경주역에 대해 ‘경주 불국사에 있는 신라 2천 년의 고대유적을 세상에 소개해 막대한 이익을 안기게 해주었다’고 평가했다. 논문에서 설명된 경주역은 현재 서라벌문화회관이 자리해 있는 구 역사(驛舍)다. 이 구 역사는 1936년 협궤노선에서 표준궤로 개량되면서 현재의 위치로 역을 이전할 때까지 운영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졌지만 한옥 양식으로 건립돼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후 2010년 KTX가 개통하기 전까지 확장을 거듭하며 경주를 대표하는 역이 되었다. 철도 정비소는 물론 전차대까지 갖춘 꽤나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는 KTX 개통으로 무궁화호 열차만 운행하지만, 도심 한가운데 있어 역에서 대릉원까지 걸어갈 만큼 접근성이 좋아 많은 이들이 찾는 역이다.
하지만 경주 도심을 지나는 철로는 문화재 훼손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유네스코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철길을 옮기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결국 중앙선과 동해선은 KTX 신경주역을 경유해 개량되는 것으로 결정됨에 따라 현재의 경주역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다만 경주역사는 역사 폐지 후에도 철거하지 않고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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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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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역 대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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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무궁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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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역 선로에 설치된 전차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역사
경주역사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석가탄신일이면 연등이 걸리고, 12월이면 크리스마스트리가 서는 경주역 광장은 월드컵 붉은악마 응원 열기로 들끓었고, 선거철이면 목이 터져라 선거운동을 하는 삶의 현장이다. 경주역 광장에는 흉상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2015년 철로에 누워 있던 장애인을 구하기 위해 열차가 달려오는 상황에서도 망설임 없이 목숨을 바친 이기태 경감을 기리는 흉상이다.
또 광장 오른쪽에는 경주 황오동 삼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와 고려의 석탑 양식이 혼재된 이 탑은 배반동 사자사 터에 무너져있던 것을 1936년 새로 이전한 경주역으로 옮겨와 복원한 것이다. 역사 뒤편으로는 승강장으로 나가는 지하도 위에 ‘경주역 사랑의 자물쇠’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앞으로 연두색 펜스에 소망이 흩어지지 말라고 자물쇠로 꼭 채운 사연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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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역 사랑의 자물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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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경감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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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오동 삼층석탑
수령 100년이 넘는 향나무가 고즈넉한 불국사역
경주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한 정거장을 가면 불국사역이다. 신혼여행과 학창시절 수학여행, 고적답사 등 다양한 설렘과 추억을 간직한 불국사역은 경주역에 비해 좀 더 소박하다. 불국사역은 부산 부전역에서 동대구 구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간간히 정차한다. 기와지붕으로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역사는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났어도 단정하다. 작은 대합실에는 정성 없이 키울 수 없는 난화분 선반, 사랑의 편지 쓰기 이벤트로 인기를 끌었다는 느린우체통이 놓여 있어 척 보기에도 역을 향한 역무원들의 애정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불국사역은 역사도 예쁘지만, 기차역에서 승강장으로 나가는 화단에 자라는 향나무가 특히 인상적이다. 1918년 영업을 시작했을 당시 5~10년생의 향나무를 식재했다니 역보다 더 나이가 많다. 성장이 느린 향나무가 마치 숲을 이루듯 나무 기둥이 배배 꼬여 자란 모습이 케케 묵은 기차역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불국사역 인근에는 불국사를 비롯해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달픈 사랑의 전설이 있는 ‘영지’와 괘능, 성덕왕능, 효소왕능 등 다양한 신라 유적이 산재해 있다. 또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코라드 청정누리공원에는 전망대가 있어 동해와 문무대왕릉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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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100년이 넘은 불국사역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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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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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역 대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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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역 승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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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드 청정누리공원
신라인의 염원이 담긴 불국사
불국사역에서 3.5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불국사가 있다. 속세에 불국정토를 건설하겠다는 통일신라의 염원을 담아낸 건축물로 그 이름도 불국정토에서 유래한 호국사찰이다.
불국사 경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유명한 연화칠보교 또는 청운백운교로 불리는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보존을 위해 출입을 통제했다. 돌계단 상부와 하단이 이어지는 부분의 아래쪽은 우리나라 홍예교와 홍예문의 초기 형태로 매우 중요한 자료다.
연화칠보교를 오르면 극락세계의 관문인 안양문에 이르고, 안양문을 들어서면 극락전이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는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자하문과 연결된 돌계단 다리다. 자하문을 지나면 대웅전 앞으로 석가탑과 다보탑이 보인다.
불국사는 화려하고 장엄한 부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워 찬미하던 수도자들이 불도를 닦던 곳이다. 풍부한 상상력과 예술적인 기량이 어우러진 신라 불교 미술의 정수로, 1995년 석굴암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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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연화칠보교와 청운백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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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에서 바라본 자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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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영루와 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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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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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