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한 정거장을 가면 불국사역이다. 신혼여행과 학창시절 수학여행, 고적답사 등 다양한 설렘과 추억을 간직한 불국사역은 경주역에 비해 좀 더 소박하다. 불국사역은 부산 부전역에서 동대구 구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간간히 정차한다. 기와지붕으로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역사는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났어도 단정하다. 작은 대합실에는 정성 없이 키울 수 없는 난화분 선반, 사랑의 편지 쓰기 이벤트로 인기를 끌었다는 느린우체통이 놓여 있어 척 보기에도 역을 향한 역무원들의 애정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불국사역은 역사도 예쁘지만, 기차역에서 승강장으로 나가는 화단에 자라는 향나무가 특히 인상적이다. 1918년 영업을 시작했을 당시 5~10년생의 향나무를 식재했다니 역보다 더 나이가 많다. 성장이 느린 향나무가 마치 숲을 이루듯 나무 기둥이 배배 꼬여 자란 모습이 케케 묵은 기차역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불국사역 인근에는 불국사를 비롯해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달픈 사랑의 전설이 있는 ‘영지’와 괘능, 성덕왕능, 효소왕능 등 다양한 신라 유적이 산재해 있다. 또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코라드 청정누리공원에는 전망대가 있어 동해와 문무대왕릉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