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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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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방사성동위원소(RI)
RI로 줄여 부르기도 하는 방사성동위원소(Radioactive Isotope)는
병원의 컴퓨터단층촬영(CT)·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같은
진단 검사, 항암 치료, 의약품 연구개발, 유물 연대측정, 두께 측정, 비파괴검사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 중 질병이 있는지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에 대해 알아본다.
불안정 상태의 방사성동위원소
동위원소란 같은 원소이지만 질량 수가 다른 원소를 말한다. 양성자 수는 동일하고, 중성자 수에서 차이가 난다.
수소(H)는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이뤄져 있다. 이에 반해 수소의 동위원소인 삼중수소(H-3)는 양성자가 1개, 중성자가 2개, 전자가 1개이며 방사성동위원소에 해당한다. 방사성동위원소는 불안정 상태의 동위원소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원자핵이 불안정해 알파선이나 베타선, 감마선 같은 방사선을 방출하며 안정된 상태로 바뀌어 간다.
방사성동위원소의 활용
탄소의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14(C-14)를 이용하면 유물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유물에 남아있는 탄소-14의 양을 측정해 연대를 가늠한다.
원자력 발전에는 우라늄-238(U-238)과 우라늄-235(U-235)가 연료로 쓰인다. 원자로 안에서 연소하면서 막대한 열을 발생시키면, 이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사용하는 방사성동위원소도 있다. 이를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라고 부른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와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1957년 서울대 의대가 미국에서 수입한, 요오드-131로 흔히 부르는 아이오딘-131(I-131)을 이용해 갑상샘 중독증 환자를 치료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방사성의약품(방사성동위원소가 들어있는 의약품)을 최초로 사용한 사례다.
1963년 6월에는 한국원자력의학원(당시 방사선의학연구소)이 방사성 코발트인 코발트-60(Co-60)이 방출하는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하는 기기를 도입해 우리나라 방사선의학의 새 장을 열었다. 1989년 3월에는 4종의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
C-11

탄소-11

I-123

아이오딘-123

TI-201

탈륨-201

Tc-99m

테크네튬-99m

Ga-68

갈륨-68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Lu-177

루테튬-177

Y-90

이트륨-90

Ho-166

홀뮴-166

Re-188

레늄-188

Ac-255

악티늄-255

이미지
최근 방사성동위원소 폐기물 재활용 플랫폼을 구축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인수검사시설
플루오린-18
원자번호가 9인 플루오린은 불소라는 명칭으로 더 친숙한 원소다. 질량 수가 18인 플루오린-18은 대표적인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로, 플루오린-18을 활용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에 도움을 주는 방사성의약품이 2018년 나왔다.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퓨쳐켐이 공동 개발한 알자뷰는 국내 최초, 세계에서 네 번째로 출시한 치매 진단 신약이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알자뷰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주로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 속에 있는지, 없는지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아이오딘-131
1941년 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에 아이오딘-131을 사용한 이래 다양한 방사성동위원소가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다.
아이오딘-131은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에 주로 사용한다. 아이오딘은 갑상선에 흡수되는 비율이 다른 장기보다 4,000~5,000배 높다. 갑상선에 흡수된 아이오딘-131은 갑상선 조직을 파괴해 갑상선 호르몬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한다.
악티늄-2551
악티늄-255(Ac-255)는 방사선 중 하나인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다. 악티늄-255로 림프종, 전립선암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사망 원인인 신경내분비종양 등을 치료하는 방사성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
올 8월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악티늄-255를 국내 최초로 본격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러시아 등이 악티늄-255를 소량 생산해 높은 가격에 판매해 왔으나,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구축한 방사성동위원소 폐기물 재활용 플랫폼을 통해 악티늄-255 생산 원료 물질인 라듐-226(Ra-226)을 확보함에 따라 악티늄-255의 국내 생산이 가능해졌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라듐-226, 세슘-137(Cs-137) 등 26종 이상의 재활용 가능한 방사성동위원소 폐기물을 보유하고 있다.
아스타틴-211
악티늄-255처럼 알파선을 방출하는 아스타틴-211(At-211)은 전이·말기 신경내분비종양, 전립선암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 방사성물질이 처음의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7.2시간으로 짧아 수입이 어려워 아스타틴-211을 활용한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에 한계가 있었지만, 올해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아스타틴-211 생산 기술을 확보해 국내 생산이 가능해졌다.
아이오딘(요오드)-131, 이트륨-90(Y-90), 사마륨-153(Sm-153), 루테튬-177(Lu-177) 등이 베타선을 방출하는 반면, 아스타틴-211에선 알파선이 나온다.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는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에 비해 수십에서 수백 배의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암 치료 효과가 높다. 정상세포의 손상 없이 암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재발 위험이 적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도시 될 경주
경주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도시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주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그리고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이 자리 잡은 도시다.
양성자과학연구단은 양성자가속기를 운영 중이다. 양성자가속기란 양성자에 전기를 가해 빠른 속도를 내도록 만드는 장치다. 빠르게 움직이는 양성자가 물질에 부딪히면 물질 표면의 분자나 원자를 낱개로 분리한다. 양성자 에너지가 초당 약 13만㎞의 속도로 가속하는 100MeV(메가전자볼트)일 경우, 새로운 동위원소 생산이 가능하다.
연세대 그리고 경주에 있는 산(오리온이엔씨)·학(동국대 경주캠퍼스)·연(양성자과학연구단)이 주축이 되어 ‘고에너지 양성자가속기 기반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기반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46.2억 원을 투입해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Ge-68), 구리-67(Cu-67)을 대량 생산한다는 목표다. 게르마늄에서 저마늄으로 표기가 바뀐 저마늄-68은 PET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이며 구리-67은 암 진단·치료용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다. 경주 양성자가속기에서 이 두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해 양성자가속기 기반의 새로운 바이오헬스 산업을 경주에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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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양성자가속기 내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설(사진 제공_한국원자력연구원)
자료 참조
한국원자력의학원 50년사(2013년 10월)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 웹진(rmwebzine.re.kr) 2021년 5~9월호
한국원자력연구원 보도자료 ‘경주, 암진단/치료용 동위원소 생산도시로 거듭난다’(2021년 8월 2일)
한국원자력의학원 보도자료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전초기지 구축’(2021년 8월 9일)
전자신문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공급 거점으로 거듭나는 경주’(기고 조원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2021년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