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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CITY & LIFE
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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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철새의 중간 종착지이자
탄소를 흡수하는

나는 누구일까?
나는 바닷물이 빠지면 드러나. 동죽과 맛조개, 낙지를 잡으러 나를 찾아온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연안습지’라고도 불리는 나는 바닷물을 막고 땅이 되어야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어.
조선시대에는 나를 해택(海澤)이라고 했는데,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33권,
세종 8년 9월 3일 기록에 “권근(權近)이 평택현의 해택(海澤)을 받아 방죽을 쌓고 전답(田畓)을 만들고…”라고 나와.
또 세종 22년 3월 23일에는 밭으로 만든 해택의 소출이 배나 더 된다고도 기록되어 있어.

나는 한국에만 있지 않지만, 한국에 있는 나는 매립과 간척으로 계속 줄어들었어.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87년 3,203㎢였던 나는 2008년 2,487㎢로, 서울시 면적의 102배만큼 감소했어.
2018년 기준으로는 2,482㎢야.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두고 개발이냐 보호냐를 고민 중이지.
그런데 2021년 7월, 한국의 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어. 세계유산 중 자연유산에 속해.
나는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은 한국의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이야.
‘심각한 멸종위기종’
넓적부리도요 중간 기착지,
‘한국의 갯벌’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한국의 갯벌’은 ▲서천갯벌(충남 서천),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4개로 구성된, 총 1,284㎢의 연속유산이다.
우리나라 갯벌을 주목한 이유는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가치’에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덴마크와 독일, 네덜란드에 걸친 바덴 해 또는 와덴 해(Wadden Sea)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이 지역은 평평한 연안습지로, 잔점박이물범, 쇠돌고래 등 수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다.
‘한국의 갯벌’에는 멸종위기 철새가 지나간다. 우리나라 갯벌에 내려 날개를 쉬고 먹이를 먹고 다시 날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2008년 ‘심각한 멸종위기종(CR : Critically Endangered)’으로, 우리나라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으로 지정한 넓적부리도요(Eurynorhynchus pygmeus)는 서천갯벌 중 유부도를 중심으로 한 갯벌에서 봄·가을 소규모 무리를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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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갯벌이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26만 톤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터전이기도 하지만,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도 있다. 나무처럼 갯벌도 탄소를 흡수한다. 숲이 흡수하는 탄소를 그린카본(Green Carbon)이라 한다면, 해양 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탄소는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고 부른다. 주요 블루카본(해양 부문 탄소흡수원)으로 맹그로브 나무, 염생식물, 잘피(Seagrass) 등이 꼽힌다. 여기에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갯벌의 탄소 흡수 효과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김종성 교수 연구팀은 전국 약 20개 갯벌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갯벌이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은 26만 톤(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에 해당)이라고 밝혀냈다.
해양수산부는 올 9월, 제1차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하고, 갯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틀을 최초로 마련했다. ‘갯 생명과 주민의 삶이 지속가능하게 공존하는 갯벌’을 비전으로 하는 이 기본계획의 핵심은 지속가능성과 가치 제고이다. 해양수산부는 2025년까지 4.5㎢의 갯벌을 복원해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흡수력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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