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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없으면 어때!

도쿄올림픽으로 본
Z세대의 자세
2020 도쿄올림픽이 8월 8일 막을 내렸다.
Z세대 국가대표 선수들과 Z세대 관중은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올림픽을 즐겼다.
이들은 근대 올림픽 대회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한 올림픽 정신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세대였다.
“100점 만점에 130점을 주고 싶다.”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 선수의 말이다.
황선우 선수는 수영 남자 200m 자유형 결승에서 1분 45초26으로 7위를 차지했다. 150m까지 1위를 고수하다 나머지 50m에서 선두를 내줬다. 100m 자유형 결승에서는 47초82로 5위에 올랐다.
그러나 200m 자유형 예선에서는 1분 44초62로 한국 신기록을, 100m 자유형 준결승에서는 47초56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2003년생, 고등학교 3학년인 그는 경기를 마치고 SNS에 “물속에서 행복하게 헤엄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즐기면서 행복하게 수영했어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번 대회 아쉬운 점을 묻는 취재진에게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고 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쫄지 말고 대충 쏴!”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는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세트 스코어가 동일할 때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산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결승전 슛오프를 앞두고 “‘쫄지 말고 대충 쏴’라고 속으로 계속 생각했어요”라고 밝혔다.
2001년생 안산 선수는 10점이 나오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아닌, ‘대충’을 생각하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슛오프 때 살짝 웃었어요. 재밌어서.”
시력 0.3으로 여자 25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딴 김민정 선수(1997년생)는 시상대에서 환하게 웃었다. 금메달이 아니어서 아쉬운 표정이 아니었다.
김민정 선수는 10m 공기권총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그 뒤 열린 25m 권총 선발전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7월 30일 8명을 뽑는 25m 권총 예선 8위로 결승전에 진출했고, 2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민정 선수는 시상식 후 경기 중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취재진에게 “생각보다 안 떨려서 놀랐어요”라고 답하며 유쾌함과 ‘강철 멘탈’의 면모를 보여줬다.
2020 도쿄올림픽 즐긴 Z세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Z세대 선수들은 승패나 메달 유무보다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림픽을 지켜본 Z세대 역시 이와 비슷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목표는 종합 10위였으나 16위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대표팀의 성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한 결과, ‘기대 이상’은 25%, ‘기대 이하’는 31%, ‘기대만큼의 결과’는 31%로 나타났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조사대상 20대 중 ‘기대 이상’이라고 답한 경우가 37%로, 20대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이다.
반면 30대는 27%가 ‘기대 이상’이라고 답했고, 40대는 18%, 50대는 19%, 60대 이상은 25%가 ‘기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Z세대는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들에게 '쿵야'로 끝나는 별명을 붙이며 올림픽을 재미있게 즐겼다. 양궁 김제덕 선수는 게임 캐릭터 ‘주먹밥쿵야’와 닮았다는 이유로 ‘주먹밥쿵야’, ‘제덕쿵야’라는 별명을 얻었다. 안산 선수는 ‘완계쿵야’, ‘백설기쿵야’, 유도 안창림 선수는 ‘감자쿵야’라고 칭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황선우가 누구죠? 황선홍 아닌가요?”라며 황선우 선수의 이름을 일부러 정확하게 부르지 않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고3인 황 선수가 자신들의 열띤 응원을 부담으로 여길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정당한 자신의 노력을 자랑스러워하는 Z세대
Z세대는 물론,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MZ세대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는 특징이 바로 ‘공정’이다.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는 저서 ‘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에서 MZ세대 중 밀레니얼 세대 후기(1990~1996년생), Z세대 전기(1997~2003년생)를 Core-MZ로 묶고, 지금의 20·30대에게 공정이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게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 노력과 실력에 합당한 평가와 대접을 받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시대의 ‘공정’은 정의가 아닌 생존”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정정당당하게 노력해서 결과를 얻은 Z세대 선수들은 당당할 수 있었다. Z세대 국민들도 올림픽이라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는 “자기가 노력하고 공정하게, 정당하게 한 것은 다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이러한 Z세대의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쉽게 메달 획득 실패”, “비록 메달은 못 땄지만”, “16위에 그쳐” 같은 기사 표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해 얻은 결과라면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