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지능처럼 언어와 음성, 이미지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학습능력과 판독력을 향상시키는 대규모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챗GPT와 바드, 빙 같은 민간기업의 대화형 AI서비스가 본격화된 가운데 초거대 AI 기술을 민원처리 자동화시스템 등의 공공분야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KORAD 역시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방사성폐기물관리 기술 개발에 나서고자 한다.
방사성폐기물(이하 ‘방폐물’)이라고 하면 ‘원자력발전’만 떠올리기 쉽지만 방사성폐기물의 대상과 범위는 법으로 정하고 있으며 방사성물질과 그로 인해 오염된 물질로, 사용하지 않고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을 통칭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형태와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작업복, 장갑, 덧신, 걸레, 장비교체부품 등을 비롯해 병원, 산업체, 연구기관에 발생하는 시약병, 주사기, 튜브 같은 방사선동위원소 폐기물을 망라한다.
이러한 방폐물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발생지 예비검사, 처분시설 인수검사, 규제기관 처분검사로 구분되는 방폐물 검사를 거쳐야 한다. 이는 세부적으로는 총 12단계에 이를 만큼 까다롭고 엄정한 절차로 이뤄져 있다.
먼저 발생지 예비검사는 방폐물이 처분시설로 인수되기 전 KORAD의 방폐물검사팀이 발생지에 직접 가서 서류검사와 현장검사를 수행함으로 이루어진다. 현장검사는 현장에서 실제 방폐물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검사로서, 육안검사와 실제 방폐물을 측정, 개봉 등을 통해 확인하는 실측검사로 구분된다. 폐기물의 형태, 중량, 핵종 및 방사능농도, 표면선량률, 표면오염도 등 인수기준에 따른 18개 특성항목에 대한 검사를 수행한다.
발생지 예비검사를 합격한 방폐물은 전용 운반용기를 통해 KORAD의 처분시설로 운반되어진다. 처분시설에 도착한 방폐물은 다시 한 번 중량검사·육안검사·표면방사선량률측정·엑스선검사·표면오염검사·드럼핵종분석·압축강도검사로 이어지는 인수검사를 받게 된다. 방사성폐기물이 처분될 수 있는 상태인지를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과하면 이제 방폐물 관리환경, 포장물, 처분환경 등을 검토하는 규제기관의 처분검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동굴처분시설 내의 사일로(처분고)로 향하게 된다.
KORAD는 현재 일련의 방사성폐기물 검사 과정에서 검사자가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고 검사장비와 프로그램을 수동으로 조작하는 과정들에 대한 무인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인적 오류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해 검사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것이다.
추진 중인 방폐물 검사 이미지 기반 자동판독시스템은 공항과 항만, 관세청 등에서 활용 중인 AI 기반의 엑스레이(X-RAY) 판독 기술을 응용하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019년 구축사업을 착수한 AI 기반 엑스레이 영상 자동판독시스템은 입출국 여객 수하물의 엑스레이 영상 이미지를 AI가 판독해 기내반입금지물품을 걸러내며 보안검색 강화와 통관절차 간소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KORAD도 이 기술을 방사성폐기물 검사의 기초 판독에 이용하기 위해 올해부터 우선 이미지 학습용데이터를 구축하여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한 영상 판독 알고리즘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방폐물 드럼 중복 사진 검토를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딥러닝 기술이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하며 심층적으로 학습하는 기계학습 기술의 한 종류로 오늘날 획기적인 인공지능 발전의 중요한 바탕을 이루고 있다.
방폐물 드럼 중복 사진 검토를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
이와 함께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방폐물 정보 데이터화를 추진하고 있다. 방폐물을 내용물 종류별, 기간별, 항목별로 분류기준을 정립한 뒤 시각화하고 표준화 과정을 거쳐 데이터 가공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빅데이터로 AI가 학습하여 자동 판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이다.
KORAD는 이렇게 방폐물 검사에서 운반, 처분에 이르기까지 방폐물 관리 전 주기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하고자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뿐 아니라 또 어떤 미래기술이 방폐물 관리에 적용될 수 있을지, 그 만남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