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는 다양한 냄새를 일으키는 분자들이 떠다니고 있다. 이 분자들은 갓 구운 빵과 커피 향기처럼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음식물 썩는 냄새나 가축 분뇨와 같이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있다. 해마다 2만건이 넘는 악취 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대규모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많은 축산업 종사자들은 반복된 민원 제기에 고충을 호소하며,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취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냄새를 맡고 살아간다. 냄새를 통해 사물을 구분하는 감각을 후각이라고 한다. 후각을 통해 감지되는 냄새는 다른 감각과 비교했을 때 감정이나 기억과 관련이 깊다. 냄새를 맡았을 때 좋은 느낌을 주면 향기라고 표현하고 나쁜 느낌을 주면 악취라고 한다. 단지 사람의 기분에 따라 향기와 악취로 구분하는 것은 냄새가 사람의 감정과 관련이 많기 때문이다. 향기와 악취는 사람이 구분하는 것이므로 물질의 농도에 따라서 향기롭게 느껴졌던 것이 악취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향수를 과도하게 뿌렸을 때 일부 사람들이 불쾌함을 느끼는 것이다.
농도에 따라 냄새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향기와 악취를 내는 물질의 분자 종류는 정해져 있다. 환경부에서는 황화수소, 메르캅탄류, 아민류, 그 밖에 후각을 자극하는 물질 22종을 악취 물질로 지정해 두고 있다. 이 악취 물질은 사람의 후각을 자극하여 불쾌감과 혐오감을 준다.
그렇다면 모든 물질에서 냄새가 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유리나 금속, 도자기와 같이 녹는점이 높은 물질들은 휘발되는 분자들이 거의 없어 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 유독 축사에서 악취가 많이 나는 것은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속에 악취 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물질의 농도를 낮추거나, 분해와 결합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농도를 낮추는 일반적인 방법은 환기다. 집 안에 냄새가 날 때 창문을 열거나 화장실에 환풍기를 가동해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 환기로 농도를 낮춰 냄새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축사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오히려 주변 지역의 민원이 된다.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 물질의 양이 너무 많아 환기를 통해 방출하면 주변 공기로 퍼져나가 오히려 오염지역을 확산시키게 된다.
따라서 축사 악취를 해결하려면 문제가 되는 물질을 제거해야만 한다. 흡수, 흡착, 촉매 산화, 열 소각 등의 방법을 사용하면 악취 분자가 공기 중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문제는 축사에서 발생하는 많은 양의 악취 물질을 흡수나 흡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촉매 산화나 열 소각 등의 방법을 사용하면 2차 오염물질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전자빔(ELECTRON BEAM)과 같은 방사선을 이용하면 매우 빠르고 안전하게 악취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전자의 흐름인 전자빔은 분자와 결합해 라디칼이나 이온으로 바꿔 다른 물질과 빠르게 결합하도록 만든다. 화학반응을 일으킬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는 분자에서 원자를 떼어내거나 다른 분자와 결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악취 물질 분자가 다른 분자가 되어 악취가 나지 않게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발표한 ‘저에너지 전자선을 이용한 악취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은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이다. 전자선은 다른 방사선과 달리 차폐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다. 즉, 장치 외부로 방사선이 새어 나갈 가능성이 극히 낮아, 만일 사고로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전자레인지처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병원의 덕트에 설치하여 외부로 바이러스나 세균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방사선은 해로운 광선이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방사선으로 악취를 유발하는 해로운 분자를 제거하는 것과 같이 이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소중한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