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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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방폐물의 시계

청정누리 음성으로 듣기

박찬
한국암반공학회 회장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개학하기 전에 방학 숙제를 할 수 있기를…

우리가 언제부터 전기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찾아봤습니다. 1831년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자석의 힘을 전기로 바꾸는 방법을 발견하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발전기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어 1866년 독일의 베르너 지멘스가 실용적인 발전기를 발명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전기지만, 실제 인간이 전기를 사용한 것은 200년이 채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887년 3월 6일 저녁, 경복궁 내 건청궁에서 신기한 불빛이 켜지게 된 것이 전기 사용의 시초라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전등 점화식 현장입니다.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죠. 여기에서 놀라운 것은 에디슨이 백열전등을 발명한 지 8년도 채 안 되어 우리나라에 전기가 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 시기에 이렇게 전기의 보급이 급속하게 이루어진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기가 발명되고 그 효용의 가치를 느낀 과학자들은 전기를 좀 더 경제적이고 대량생산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이제는 수력, 화력,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전한 다양한 전기의 생산 방법들은 각 방법에 따라 장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수력발전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지만 생산에 한계가 있고, 화력발전은 생산에 한계가 없고 수요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경제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불리한 발전 방법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태양광, 풍력은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어 향후 기술의 발전 가능성은 크지만,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는 단점과 에너지 밀도가 낮아 생산량 대비 시설 설치가 많아 실제 친환경적인지는 의문이 있는 에너지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경제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장점이 있지만, 핵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위험성과 발전 후 남겨지게 되는 방폐물 처리 등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위험성 측면에서는 이제는 상당한 기술의 발전으로 많이 해소, 축소되고 있지만, 방폐물 처리에서는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원자력 발전의 경우 현재 기술로는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발전 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78년 고리 1호기가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하여 현재는 6곳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24기의 원자로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발전 방법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자력 발전은 방폐물을 남기게 되는데, 방폐물의 경우 중저준위방폐물과 고준위방폐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폐물의 처분은 현재로서는 심층처분이 최선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고 세계 주요 원자력 발전의 선진국들도 심층처분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격리 기간의 차이로 인하여 중저준위방폐물과 고준위방폐물을 분리하여 처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저준위방폐물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부지 선정을 추진해 왔으나 부지 예정지역 주민의 반발로 난항을 겪다 2005년 11월 경북 경주가 중저준위방폐물 처분 부지로 최종 선정되어 2015년 8월 1단계 처분시설 준공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그렇지만, 고준위방폐물 처분장의 경우 아직 그 근거가 되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통과를 못하여 표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21대 국회에서 4건의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21대 국회의 마감과 함께 자동 폐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장을 건설하기까지 약 30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제반 상황에 대한 분석과 지하연구시설(URL, 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 등을 건설하고 처분시설에 대한 연구 및 기술개발(RD&D)이 필요한 고준위방폐물 처분장은 건설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는데 아직 우리는 그 근거가 되는 법안이 부재한 상태입니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도 여러 건의 고준위특별법이 발의된 상태인데 조속한 시일 내에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고준위방폐물 처분 사업의 발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세대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가 처리하고 우리 다음 세대에 그 짐을 전가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예전 어릴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일입니다. 학교에서 방학이 시작되면 방학하는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책가방을 던져놓고 방학 기간 내내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기만 하고 방학 숙제는 새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개학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 이리저리 친구들 찾아다니면서 친구의 숙제를 베끼기도 하고 또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겨우 면피하는 수준으로, 지금 보면 민망할 정도의 숙제를 하거나 숙제를 다 하지 못하고 등교한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꽤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의 고준위방폐물 처분 사업도 제 어린 시절의 방학 숙제와 같은 상황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중시되어야 할 처분시설이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진행되어 도리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기간 내 완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우리 세대가 그 혜택을 받고 누렸던 것에 대한 뒤처리를 후세대에 미루지 말고 우리 세대에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 본 원고의 내용은 글쓴이의 개인적인 견해로 공단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