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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장인이 빚어낸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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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이 빚어낸 경주의 술 - 경주교동법주
경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문이 있다. 바로 최부자댁이다.
경주 최부자댁은 12대 동안 만석꾼을 배출한 가문이다. 현재의 교촌마을은 신라 시대 요석공주가 거처한 요석궁(瑤石宮) 터로 전해진다. ‘교촌’이라는 이름은 경주향교가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향교의 ‘교’ 자를 따서 부른 것이다. 천년 고도인 경주에서도 교촌마을(교동)은 신라의 중심지인데, 그곳에 조선시대 최부자댁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부자댁에는 육훈(六訓)이라는 가훈이 내려오고 있다.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2.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3.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4.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5.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6.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최부자댁은 만 석 이상의 소출이 생기면 소작료 배분 방식을 바꾸어 종래의 소작료 5:5에서 6:4, 7:3과 같이 소작료를 낮추며 소작인에게 많이 베풀어 재산이 만 석을 넘지 않도록 하였다. 적절한 부를 유지하면서도 혼자만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고, 주변을 살필 줄 안 것이다. 그야말로 혜안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이다.
이러한 경주 최부자댁 가문에서 대대로 빚어온 술이 있는데, 조선시대 숙종 때 궁중음식을 관장하는 사옹원의 참봉을 지낸 최국선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고향으로 돌아와 빚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이며, 이후 300년 넘게 가문 대대로 빚어오고 있다. 이것이 경주교동법주, 줄여서 교동법주이다. 빚는 시기와 방법이 법처럼 아주 정확히 정해져 있다고 하여 법주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술은 크게 발효주와 증류주로 나뉜다.
발효주는 과일이나 곡류 등에 들어있는 당분이나 전분을 곰팡이와 효모의 작용에 의해 발효시켜 만든 술로 대개 1~8%의 알코올을 함유한다. 효모가 생존할 수 있는 최대 알코올 함유량이 13%이기 때문에 아무리 도수가 높은 발효주도 12%의 알코올 함유량을 가진다. 발효주의 종류에는 우리나라의 막걸리, 청주와 포도주, 맥주, 러시아의 크바스 등이 있다.
반면, 증류주는 이미 양조된 술을 다시 증류해서 도수를 높인 술이다. 우리나라의 소주를 비롯하여 위스키, 브랜디, 코냑, 고량주, 보드카 등이 증류주에 속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별로 다양한 전통 방식으로 민속주가 제조되었는데, 1988년 8대 전통 민속주를 지정하였다. 경주교동법주, 김천의 과하주, 안동소주, 지리산국화주(함양군), 전주의 이강주, 당진의 면천두견주, 서천의 한산소곡주 그리고 원산지가 평양인 김포의 문배술이 그러하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86-3호로 지정받은 교동법주는 경주 최부자댁의 육훈 중 하나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라는 가훈을 따라 최부자댁 손님상에 항상 올랐다. 교동법주의 오묘한 술맛에 당시 경주를 방문한 과객들은 교동법주를 마신 것을 큰 자랑거리로 삼을 정도였다.

교동법주가 국가 무형유산 ‘향토 술 담그기’ 부분에 선정된 때는 1986년이다. 전통 술의 제조비법을 전승, 발전시킨 최부자댁 며느리 배영신 씨가 경주교동법주 보유자로 인정을 받은 것을 이어, 2006년 3월 그의 아들 최경 씨가 2대 보유자로 제조비법을 이어오고 있다.
토종 찹쌀과 100년 넘은 구기자나무 뿌리가 드리워진 집안 우물물로 죽을 쑤어 토종 밀로 빚은 전통 누룩을 섞어 밑술을 만들고, 다시 토종 찹쌀로 찹쌀 고두밥을 지어 덧술을 하여 100일 동안 발효 및 숙성시켜 내보낸다. 100일 동안 세심한 손길과 정성이 함께한다고 하여 ‘백일주’라고도 불린다. 교동법주 만드는 일이 이토록 섬세한 일이라 술을 담그기 시작한 날부터 끝날 때까지 석 달 열흘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생산량은 하루에 900ml로 약 20병 정도다. 교동법주는 미생물이 살아 있는 약주라 온도에 민감해 대부분 겨울에 빚고, 여름에는 술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 도수가 19도나 되어 주세법상 판매할 수 없었는데, 이후 16~17도로 도수를 내려 판매해 오고 있다.

최부자댁의 반찬과 안줏거리는 교동법주만큼이나 명품이다. 쫀득쫀득한 쌀 다식과 꿀에 절인 송화다식은 혀 위에서 사르르 녹는다. 약과의 고소한 맛과 소고기 육포의 감칠맛은 교동법주의 품위를 더욱 높여준다. 참기름에 무쳐낸 명태 보푸라기는 주안상을 더욱 푸짐하게 연출한다. 메줏가루에 가지, 무청, 다시마, 박속, 부추, 닭고기, 소고기 따위를 넣어서 만든 집장도 잘 어울리는 안주다.
이 중에도 유독 교동법주와 잘 어울리는 특별한 안주가 있다. 최부자댁의 종가 음식인 사연지이다. 백김치의 일종으로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고 새우로 국물을 낸 사연지는 최부자댁에서 10대째 이어 내려오는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토속음식이다.

최경 교동법주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교동법주는 신라의 비주(秘酒)로 1천500년 전 중국 최고의 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기록된 법주와 찹쌀 등 재료와 많은 연관성이 있다"라며 "경주에서 빚어진 술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 최고의 명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