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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방폐물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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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병곤
- 대한지질공학회 부회장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의 소중한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최근 우리나라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관한 중요한 발걸음들을 준비해 오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 회기 마지막까지 추진했지만 제정되지 못한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이번 22대 국회 초반에
법안이 발의되어 해당 특별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준위방폐물 처분을 위한 기술 확보의 긴 여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Generic URL) 확보를 위해 정부가 계획을
발표하고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일정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방폐물 관리의 역사에 중요한 과정으로 남게 될 것이며,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확보를 통해 그동안 연구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렀던
국내 처분 분야 기술 수준을 한층 더 높일 중요한 기회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 이 시설의 목적과 성공적 확보 및 활용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확보사업은 많은 예산과 오랜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는 장기대형사업이며, 여러 번 진행할 수 없는 사업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사업은 여러 목적으로
수행되지만, 그중에서 향후 본격적인 처분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 리허설의 의미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업 전략 및 계획 수립, 해당 시설의 부지선정 및 평가,
시설 건설 및 운영, 지하연구시설 기반의 성능 실증기술 개발 등의 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들은 처분 후보 부지 선정과 처분 적합성 및 안전성 평가에도 동일하게 필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므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의 추진은 처분시설 확보 과정에 대한 예행연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고준위방폐물의 안전한 처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구축 사업을 처분사업의 중요한 추진 기반으로 삼고, 이를 통해 향후 진행될 본격적 사업을 위한 기술을 확보하고 전체 과정 수행을 통해 경험 축적과 교훈 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확보와 운영을 통해 우리 국민과 해외 국가들로부터 한국의 고준위방폐물 처분기술에 대한 신뢰를 쌓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구축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향후 실제 처분사업의 초석을 탄탄히 마련하여야 한다.
둘째,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사업은 일차적으로 지하연구시설 건설과 확보를 해야 한다. 이에 더불어 이 사업의 궁극적 목적은 지하연구시설을 이용하여 국내 천연방벽과 공학적방벽의 성능 실증기술과 처분
안전성 평가기술 확보에 있다. 따라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확보와 활용을 위해 종합 전략, 기술개발 계획, 사업추진 등이 세밀하게 준비되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외 처분선도국에서는 이미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또는 처분부지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을 확보하여 운영해 오고 있고, 그로 인한 연구개발 계획, 과정, 결과 등이 많이 축적되어 있다.
우리는 이러한 기존 연구사례와 결과를 잘 참조하여 국내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구축 및 실증기술개발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지하연구시설 구축, 이를 활용한 기술개발
계획수립과 실행 시 우리나라의 처분 환경과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하연구시설에서의 연구 대상은 천연방벽, 공학적방벽, 그리고 지하구조물, 시설운영 등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
대상들 중에서 특히 천연방벽을 중심으로 한 연구는 각 나라마다 환경과 특성이 다르므로, 이를 충분히 감안하여 수행되어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해외의 지하연구시설 기반의 연구방법과 기술들이 잘
제시되어 있더라도, 우리나라의 환경과 조건에 부합하는 기술들이 우리의 성과로 도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을 활용한 연구계획 수립 및 실행은 반드시 한국의 제반 상황을 충분히
분석하고 이에 알맞은 연구 및 기술개발(RD&D) 계획과 실행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구축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체 기관과 이 사업에 관련된 전문기관, 학술단체, 그리고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식집약적 노력을 통해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이 사업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총괄수행기관이 되어 탄탄한 전략과 계획을 기반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하며,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참여하는 각 주체는 총괄수행기관의 리더십을 근간으로 각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서로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즉, 사업 주체, 연구 및 기술개발 주체, 수용성 증진 및 소통 주체
등은 서로 각자의 임무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장기대형국책사업은 광범위한 사업수행 내용으로 구성되므로 이를 논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토의된다.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구축사업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나, 제시되는 의견의 다양성은 각 참여 주체의 근본적 참여 목적과 임무에 기반하여 제시됨이 바람직할 것이다.
각 참여 주체는 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상호 협력과 존중의 자세로 고준위방폐물 처분기술 확보를 위한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사업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대한 다양한 연구개발사업 등이 당초 계획에 근거하여 충실히 수행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대한 제도적 기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과거 수년 동안 고준위방폐물 관리를 위한 법제도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서론에서도 언급했듯이 22대
국회에서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하여 오랫동안 우리가 갈구해 온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대한 제도적 근간이 마련되고, 이를 기반으로 고준위방폐물 저장 및 처분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원자력 발전을 통해 큰 혜택을 입은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 그 빚을 떠넘기지 않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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