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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거들 뿐’

MZ세대의 충성심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10월, 국내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한 K사의 메신저가 먹통이 된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익명의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관련 글은 갑론을박의 장이 됐다.
해당 글은 K사의 재직자가 올린 것으로, 장애 대응에 대한 회사의 보상이 없기에
자신은 일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받은 만큼만 일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견과 회사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과연 어떤 의견이 옳을까?
명확히 답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MZ세대들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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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시작되다
지난 7월 26일, SNS에 업로드된 17초짜리 영상은 게재된 지 3주 만에 조회수 820만 회를 기록하며 ‘조용한 사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조용한 사직’이 대체 무슨 말일까? 혹자는 가슴에 품고 있던 사직서를 조심스레 내미는 것을 상상하겠지만, 이는 비유적인 의미일 뿐 진짜 사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펠린은 “조용한 사직은 실제로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 이상의 노동과 열정을 바라는 ‘허슬’문화를 그만두는 것”이라며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당 영상은 ‘#조용한사직’ 해시태그를 유행시키며 전세계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미국인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이 조용한 사직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큰 불만을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열정적이지도 않은 상태로 회사에 다닌다.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만큼만 소화하며 조직과 개인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조직과 나는 별개의 개념이라는 인식
기성세대 직장인들은 직장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 사회 초년생부터 시작해 한 직장에 오랫동안 재직하며 삶의 터전을 가꾸고 가정을 이루며 조직의 발전이 개인의 발전으로 이어졌던 긍정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MZ세대는 다르다.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목격하고 치솟는 물가와 달리 줄어드는 실질임금을 체감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에 충성하기보다 개인의 능력을 키워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생존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근로 계약’이라는 단어 그대로 회사 생활을 상호 합의에 의한 철저한 계약관계로 받아들인다.
합의된 업무 이외에는 받아들이지 않고, 업무에 비해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언제든 직장을 옮기는 이유이다. 여기에 더해 MZ세대 일부는 조직에 소속되는 것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IT 등 일부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에 참여하고 합당한 보수를 받는 프리랜서 시장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고, 기타 마케팅이나 디자인 등의 영역에서도 프리랜서 계약이 점점 활성화되는 추세이다.
충성심과 열정은 같은 단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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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 충성하지 않는 MZ세대는 열정이 부족하고 게으르다고 느끼게 하기 쉽다. 조직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은 ‘조용한 퇴사’를 몸소 실천하며 주어진 업무만 처리할 뿐 그 이상의 업무는 소화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MZ세대는 충성심이 부족할지언정 열정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MZ세대의 열정은 조직에 대한 충성 대신 불안정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자기개발에 집중돼 있을 뿐이다. 이러한 MZ세대의 열정을 회사로 돌리는 방법은 구글이 시행하는 ‘20% 프로젝트’에서 엿볼 수 있다.
구글 개발자는 전체 업무의 80%는 회사에서 결정된 일에 투자하고, 나머지 20%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보통 신사업 프로젝트라 일컫는 새로운 사업의 기획을 모든 구성원이 시도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개인은 스스로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평가를 통해 선정된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100만 달러에 이르는 상금까지 받으며 정당한 보상까지 취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 문화를 통해 구글은 야근 없는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야근 많이 하는 직장으로 손꼽힐 정도로 직원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끌어내고 있다. MZ세대의 퇴사율이 최고치를 찍은 지금, 구글의 기업 문화가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