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성폐기물(이하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단독의 업무수행만으로는 어렵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같은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달려온 협력사들이 있기에 안전한 방폐물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 중에서도 무려 15년간, KORAD의 파트너가 되어온 기업 ㈜고도기술을 만나보았다. 서울에 위치한 ㈜고도기술 본사에서 권수천 회장을 만나 KORAD와 이뤄온 역사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볼 수 있었다.
㈜고도기술(이하 ‘고도기술’)은 1994년 성우원자력으로 사업을 개시한 방사선·능 기술 전문기업이다. 아직 국내에 방사선·능 측정 관련 전문기업이 육성되지 않은 초창기에 시작하여, 약 30년여 동안 해외 방사선·능 전문제작사인 Canberra Industries, Inc와 기술 교류를 통해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선 방호 장비, 방폐물 분야의 정밀측정 장비, 특성평가 설비 등을 보급하였다.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방사선·능 측정 및 방폐물 특성평가 분야에서 선구적 기업이라 할 수 있는 고도기술은 현재에도 적극적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고도기술이 다른 방사선·능 관련 기업과 차별화 되는 점은 방사능 측정기기의 정밀 교정을 현장에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측정 장비는 미세한 오류에도 측정 신뢰도가 크게 달라지는 예민한 장비이기에 1년에 두 번씩 교정을 받게 되어있죠. 이 작업을 현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우리 기업이 유일합니다. 이러한 기술력으로 현재까지 총 13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11개가 방폐물에 관한 특허입니다.”
고도기술은 2009년 방폐물 인수검사설비*를 공급하면서 KORAD와 긴 인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인수검사설비는 국내에서 설계 및 제작한 사례가 없었는데, 고도기술이 해외 방폐물 관리시설의 설비와 운전 현황을 답사하여 관련 기술을 확보하여 2년 여에 걸쳐 설계 지원했다. 설치 후 약 1년 여간 시운전을 통하여 설치된 설비의 운전 특성을 파악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공단에서 요구하는 규격에 적합한 설비를 성공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이는 이전부터 방폐물 관리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해외 기업들의 동향을 사전에 철저히 분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전수검사 장비인 육안검사기, 중량측정기, 표면선량률 측정기 및 표본검사장비인 엑스선검사기, 드럼핵종분석기, 표면오염검사기, 압축강도측정기 등으로 구성
방폐물 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기술을 독점적으로 보유한 고도기술은 그렇게 KORAD와 긴 여정을 함께하며 안전한 방폐물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고도기술은 KORAD에서 방폐물 인수검사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교정 및 운전, 유지보수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직접 교정하고 운영해오면서 쌓인 노하우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드럼 내 핵종재고량 평가를 위해 분석시 반드시 측정해야 하는 세슘-137(Cs-137) 핵종이 원전 방폐물에 포함된 방사성 은(Ag-110m)에 의해 간섭되어 과대평가되는 사례를 확인하여, 간섭현상을 제거하는 교정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또, 320리터 다수압축재포장 드럼과 관련해 320리터 내에 최대 4개의 드럼을 압축 재포장한 경우에도 핵종 재고량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분석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개발되지 않으면 압축된 드럼을 다시 분리하여 핵종 재고량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오염확산 및 방폐물 증가뿐 아니라, 드럼 1개당 수천만 원의 기회비용이 낭비될 수 있다. 이를 절감할 수 있도록 압축 재포장된 상태에서도 핵종 재고량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고도기술은 KORAD와 업무를 수행하면서, 더 많은 방폐물 관련 기술들을 습득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KORAD나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안전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수준에 맞춰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 KORAD와 함께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고도기술은 방폐물 반출입 및 저장 업무를 지원한다. 원전 및 방폐물 발생자로부터 방폐물 드럼이 지상지원 시설에 입고되면, 운반용기에서 드럼을 인출하고 배정된 저장 지역에 안전하게 운반하는 것이다. 적재한 드럼을 인수 검사할 때에도, 최종 처분 전 규제기관의 요구에 따라 처분 검사를 할 때에도 고도기술의 현장 지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KORAD와 고도기술은 서로 상호 보완하며 발전하고 있다.
고도기술은 KORAD와 해외 선진기술을 기반으로 방폐물 관리 사업을 이끌어 온 만큼, 이제는 쌓아온 방폐물 관리 관련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할 꿈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K-원전 수출이 비단,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한국의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진다면, 현지에서는 발전소 한 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기술력과 안전에 대한 신뢰도까지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방폐물 처리 및 처분 사업도 원전 수준과 발맞추어 공단과 같은 시설 수출 뿐 아니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쌓아온 신뢰도와 안전문화도 같이 수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술기반을 확보하여 해외시장 개척에 매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안전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위해 KORAD와 고도기술은 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