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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방폐물의
현재와 미래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원전 강국이다. 올해 4월 UAE(아랍에미레이트)는 새로 발행하는 신권 지폐에 우리나라가 수출한 바라카 원전 1~4호기를 그려넣었다. 세계 최초로 국가 화폐에 원전이 등장한 것이다. 이집트,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에서도 성공적인 원전 세일즈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35년까지 글로벌 신규 원전 건설이 최대 5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 프랑스 그리고 한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쌓여 가는 사용후핵연료

하지만 정작 국내 사정은 여의치가 않다. 이미 가득 쌓인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자칫 원자력산업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은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따라 오염된 물질로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을 말한다. 그중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사용되고 난 사용후핵연료는 방사능 농도가 매우 높은 대표적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라 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설명은 봄호 고준위방폐물 이야기-사용후핵연료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차이점 바로가기]

현재 국내의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원전의 순으로 곧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고준위 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본격적인 정책 추진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자칫 7년 뒤부터는 원전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까지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KORAD는 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주요 이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통과 정보공유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어떻게 관리되나?

우리나라는 경수로형 22기와 중수로형 3기 등 총 25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약 18,000톤으로 모두 원전 부지 내에 마련된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2023년 9월 기준)이다.

농축우라늄으로 이뤄진 경수로형 핵연료는 약 4년 간 사용한 뒤 물로 채워진 습식저장조에서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 농도와 열이 낮아지도록 관리한다. 국내 모든 원전에 설치되어 있는 습식저장조는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에 내벽이 스테인리스강 등으로 구성된 이중구조로 설계되어 매우 안전하다.

천연우라늄이 원료인 중수로형 원자로의 사용후핵연료는 약 5년간 습식저장을 거친 뒤 다시 공기로 냉각하는 건식저장시설로 옮겨진다. 원자로에서 나온 직후의 사용후핵연료는 물속에서 열과 방사능 농도를 낮춰야 하지만 5년이 넘으면 공기의 자연적인 대류만으로 냉각해도 충분한 상태가 된다. 국내에서 1992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건식저장은 크게 콘크리트와 금속용기 방식으로 구분되며 습식저장보다 장기적인 관리와 운영비용, 확장 용이성 등이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준위방폐물의 안전관리 공식, 심층처분 방식

현재 국내의 고준위방폐물은 원자력안전법상 아직 ‘폐기가 결정되지 않은 사용후핵연료’이다. 국내 각 원전에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폐기가 결정되면 법률상 고준위방폐물로 전환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권고하는 입증된 고준위방폐물 처분방식, 즉 ‘심층처분’을 통해 인간의 생활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된다.

그럼, 심층처분 방식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상당 기간 습식저장과 건식저장을 통해 열과 방사능 농도를 낮춘 고준위방폐물을 다시 높은 열과 압력에 견디며 수십 만 년 이상 부식되지 않도록 설계된 처분 용기*에 밀봉한다. 그 다음 약 500m 깊이의 터널에 처분 공을 뚫어 처분 용기를 거치한다. 마지막으로 빈 공간에 완충재(벤토나이트)를 채워 넣어 만에 하나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더라도 이를 완충재가 흡착해 생태계로의 이동을 완벽히 차단한다. 다시 말하면, 처분용기와 완충재의 공학적 방벽과 안정적인 암반인 천연방벽의 다중방벽을 활용해 방사능의 누출을 차단하는 것이다.

심층처분 방식의 처분 용기는 장기 안전성 확보를 위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로, 현재 핀란드·스웨덴의 경우, 압력에 강한 주철(내부)과 부식에 강한 구리(외부)를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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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처분시설을 위한 준비, 지하연구시설(URL)

심층처분 방식으로 영구처분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하연구시설(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 URL)을 통한 준비 단계가 필요하다.

지하연구시설(URL)에서는 고준위방폐물의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하기 전 땅속 환경을 조사·시험·검증하고 안전한 처분시설을 설계해 처분 시스템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안전을 실증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진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암반특성을 파악하고, 성능 및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암반 내 지하수와 방사성핵종의 이동, 열역학적 특성, 처분용기 및 완충재에 대한 성능 등을 연구하는 시설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영구처분을 결정한 세계의 주요국들은 대부분 지하연구시설을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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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연구시설은 통상적으로 영구처분시설이 들어서는 곳과 유사한 지질환경을 보유한 부지를 선정하여 건설하며, 그 목적에 따라 연구용과 인허가용으로 구분된다. 연구용은 기반암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안전성평가를 위한 모델시험 및 검증, 처분개념 연구 및 실증시험 등이 주목적으로 처분부지와 직접적 연관은 없다. 인허가용은 처분시설 인허가 취득을 위한 세부 지질자료 확보와 최종적인 안전성 입증이 주목적으로, 처분부지 내에 설치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원자력의 역할과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며 원전 확대와 신규 건설에 나서고 있다. 국내 유일의 방폐물관리 전담기관인 KORAD는 이 같은 세계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원자력 산업 경쟁력과 국민 안전 모두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고준위방폐물 관리 사업의 준비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