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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방사선 이야기
식품을 살균하는 방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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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을 살균하는 방사선

<삼시세끼>와 같은 예능에서는 채소를 가꾸며, 자기가 잡은 물고기로 반찬을 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솜씨도 있겠지만 이런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하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도시에서도 온갖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도시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다. 멀리 떨어진 생산지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멀리서 가져오니 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져 아무래도 예능 속에서 그 맛을 내기는 어렵다. 때론 싹이 나거나 오염된 식품이 배송되기도 한다. 예능과 달리 현실에서는 맛은 고사하고 매년 수천 건 이상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로부터 건강을 지키기도 쉽지 않다.

 

도시에서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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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운송 수단의 발달과 콜드체인(cold chain) 기술 덕분에 도시에 살면서도 농수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저온유통을 통해 산지와 소비자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식품을 신선한 상태로 운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콜드체인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통 단계가 길어지면 유통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변질과 식중독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식품을 저렴하고 안전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방법이 필요하다.

소비자를 위협하는 식중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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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안전을 위해서는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저온유통 이외에도 살균을 통해 세균을 죽이는 살균 기술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널리 활용되는 고온 살균은 일부 세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병원성 세균을 제거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가공식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재료는 고온 살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햄버거병’처럼 충분히 고온에서 조리하지 않으면 살균이 제대로 되지 않을 위험도 있다.

햄버거를 지키는 방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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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패티는 스테이크용 고기보다 식중독에 취약하다. 대부분의 세균은 고기 겉면에 존재하므로 스테이크는 살짝만 구워도 대부분의 세균이 죽는다. 이와 달리 패티는 고기를 분쇄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패티 내부로 들어가므로 충분하게 익히지 않으면 세균이 살아남아 번식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방사선 조사*이다. 패티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내부에 있는 세균까지 모두 제거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햄버거병이 발생한 이후 방사선으로 살균한 패티를 학교에 납품하도록 하도록 한다. 제대로 굽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식중독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방사선 조사 : 물질을 방사선으로 쬐는 것으로, 줄여서 ‘조사’라고도 한다. 발아 억제, 살충, 살균, 숙도조정 등의 목적으로 식품을 조사한다.

위험한 헐크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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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패티를 방사선으로 살균하면 방사능 햄버거가 될지 모른다고 걱정할 수도 있다. 마치 방사선을 쐰 배너 박사가 헐크로 되듯이 패티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헐크와 달리 패티에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방사선을 쐰 패티에는 방사성 물질이 생성되거나 방사선이 남지 않는다. 방사선 조사 식품을 두려워하는 것은 방사능과 방사선을 오해하는 데서 생긴다. 방사능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능력인데, 방사선을 쐰다고 해서 방사능이 생기지는 않는다. 식품 조사에 사용하는 방사선은 전자, 감마선, 엑스선 등으로 식품을 통과할 뿐 잔류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을 위한 방사선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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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은 이미 100여 년의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방사선 조사 식품으로 인한 사고는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조사 식품이 발암물질을 포함하는 절임이나 훈연 같은 전통적 식품보다 훨씬 안전한 먹거리다. 물론 방사선 조사로 인해 새로운 물질이 생성될 수는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인체에 해가 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식품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이 식품 보존 기간을 늘려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폐기되는 수많은 식품을 줄이고 식중독으로부터 환경과 건강을 지키려면 방사선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