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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방사선 이야기
인간을 먹여 살리는 방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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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먹여 살리는 방사선

방사선이 탄생시킨 마블의 히어로 헐크와 스파이더맨. 배너 박사는 연구 도중 감마선을 쐬어 녹색 괴물 헐크가 되었고, 피터는 감마선을 쏘인 거미에게 물려 스파이더맨이 되었다. 두 영웅을 만든 것이 바로 방사선인 셈이다. 방사선으로 인해 새로운 능력을 얻었지만, 그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두 영웅의 능력은 축복이었지만 때론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저주처럼 보였다. 흥미롭게도 실제 방사선도 이와 비슷하다.

 

씨 없는 수박의 충격적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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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중에도 특별한 능력(형질)을 가진 것이 있다. ‘씨 없는 수박’이 그런 예이다. 씨 없는 수박 하면 우장춘 박사를 떠올리겠지만 그가 처음 만든 건 아니다. 씨 없는 수박을 처음 만든 것은 일본 육종학자 기하라 히토시다.

우장춘 박사는 당시 육종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국내에 새로운 농업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이것을 소개 했을 뿐이다. 우 박사가 사용한 방법은 콜히친이라는 약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려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방사선을 이용해 씨 없는 수박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를 두고 “씨 없는 수박의 충격적 진실”이라며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는 이도 있는데, 과연 그럴까?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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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없는 수박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방사선에 대한 오해에서 생긴다. 방사선은 크게 보면 전리(이온화)방사선과 비전리방사선으로 나뉜다.
방사선이 물질의 원자를 이온화시킬 만큼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면 전리방사선이라고 부르고, 그렇지 않으면 비전리방사선이라고 한다.

원자나 분자를 이온화시켜 물질 구조를 바꿔버릴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이나 엑스선이 전리 방사선이다. 전리방사선은 생물의 몸에 들어오면 DNA에 손상을 일으켜 세포를 죽이거나 변형시킨다. 따라서 전리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은 위험하므로 피해야 한다. 하지만 가시광선이나 적외선과 같은 비전리방사선은 거의 해롭지 않고 오히려 이롭다. 농작물은 비전리방사선(빛)을 이용한 광합성으로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벼는 방사선으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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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이 처음으로 농사를 지었을 때 심었던 벼와 오늘날 우리가 먹는 쌀은 품종이 다르다. 사실 지금 우리가 먹는 농산물 중 과거 야생에 있었던 것과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게 유리한 형질을 가진 벼만 골라 심어 생긴 새로운 품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에게 이로운 형질을 가진 품종을 얻는 농사 기술을 육종이라 한다. 육종에서는 기존에 없던 형질을 가진 돌연변이 중 이로운 형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돌연변이는 유전자 복제 오류나 방사선이나 화학물질에 의해 일어난다. 문제는 자연에서는 돌연변이 발생 빈도가 낮아서 원하는 형질의 품종을 얻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방사선이다. 방사선육종 기술은 자연에서도 일어나는 돌연변이를 방사선을 이용해 빈도를 높인 것이다.

안전한 방사선육종 기술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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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육종 기술을 ‘대체로 안전하다’라고 하는 것은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부추기는 비과학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방사선육종에 의해 탄생한 종자에는 잔류 방사선이 없으므로 ‘(방사선에 관해서는)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자연발생적 돌연변이와 차이가 없다. 그래서 GMO와 달리 안전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이다.

일반 쌀보다 많은 토코페롤과 안토시아닌이 들어 있는 토코홍미(한국원자력연구원 개발)처럼 다양한 품종의 작물이 방사선 육종기술을 통해 탄생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종자전쟁 중이다.

우리도 여기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방사선육종 기술과 같이 새로운 기술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