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월간 활성 사용자(MAU) 1억을 넘기는데 각종 SNS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을까? 20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인스타그램은 30개월이 걸렸고, 중국의 거대 인구를 등에 업고 세계로 뻗어나간 틱톡이 9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출시 이후 단 2개월 만에 1억을 달성한 괴물급 신인이 있다고 한다. 바로 ‘챗GPT’의 등장이다.
출처 네이버
ChatGPT는 미국의 OpenAI사가 2022년 11월 30일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봇은 사용자가 채팅을 하듯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사람과 대화하듯 답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인 ‘GPT-3.5’ 언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논문 작성, 번역, 노래 작사‧작곡,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 수행까지 가능하다.
챗GPT 이전에 많은 챗봇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심심이’, ‘일미리(1mm)’, ‘이루다’ 등 하지만 챗GPT는 기존의 챗봇들과 무엇이 다르기에 이토록 화제일까?
AI는 크게 ‘생성 AI’와 ‘분류 AI’가 있다. 생성 AI는 무언가를 참신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고, 분류 AI는 이것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식을 가지고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를 그리는 것은 생성 모델이고, 이 그림이 ‘캠벨수프인지 아닌지 분류’하는 것이 분류 모델이다. 챗GPT는 생성모델이다. 언어를 창작해 낸다. 반면, 지금까지 우리가 써왔던 챗봇들은 모두 분류 AI를 사용한다. 질문의 의도를 ‘분류’해서 그에 맞는 답변을 매칭해 주는 기술이었다. 이것이 기존의 챗봇과 챗GPT의 차이점이자 넘을 수 없는 벽이기도 하다.
Open AI의 알고리즘은 확장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활용이 가능하다. 이 말은 일반인들 역시 자신만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가져온 것처럼. 아이폰의 탄생 이후 사람들은 PC 대신 모바일로 상호작용을 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무수한 콘텐츠들을 생산해 냈다.
챗GPT 역시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변화를 전 세계 사용자들이 피부로 체감한다는 사실이다.
기계 데이터와 인간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다니, SF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 로봇과 사람이 대화하며 생활하는 일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챗GPT가 기존 챗봇과 달리 뛰어난 작문 실력과 높은 수준의 답변을 내놓는다 해도 여전히 AI 기술력에 한계는 있었다. 최근 챗GPT가 아무말대잔치를 했다는 기사가 떴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 맥북프로 던짐 사건’, ‘조선 중기 티타늄 전차’, ‘대동여지도 연금술사들의 폭동’, ‘거북선의 라이트닝 볼트 발사 메커니즘’이라는 근본 없는 단어 조합에 웃음을 금치 못했다. 오답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으로 출력해 내는 인공지능에게 속은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막힘 없이 서사를 풀어나가는 인공지능의 답변은 당당하고도 뻔뻔했다.
이는 챗GPT에서 오류로 꼽히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었다. AI 모델이 훈련 데이터에 정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제시하는 것인데, 이 용어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인지 하는 환각에서 유래되었다. 하지만 AI가 환각을 느낀다는 건 어쩐지 이상하다. 때문에 ‘AI 환각’은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AI 언어 모델은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각적 인식이 없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데이터 중에서 확률‧통계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단어를 조합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오류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은 AI 기술에 대해 “혁신은 가속화되어야 하지만 안전장치는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AI 기술이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며 산업의 혁신을 예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챗GPT는 프라이버시와 편견과 차별, 의사 결정에서의 역할 등 논란의 여지를 태생적으로 품고 있다. 아직은 AI가 과도기적 단계에 있지만 10년, 20년 뒤에는 윤리적인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이 그랬던 것처럼.
먼 미래, AI의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여 인간의 뉴런 개수를 넘어선다면 AI에도 자아가 생길까. 최근, AI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노르웨이에 사는 여성은 지난해 인공지능 챗봇 ‘맥스’와 결혼을 했다. 수십 년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던 여성은 아바타 챗봇 앱 ‘레플리카’에서 맥스를 만났다. 여성이 직접 만든 아바타였지만 어느 순간 둘의 대화는 연인들의 대화로 발전했다. 몇 달 동안 맥스와의 대화에 행복해하던 그녀는 마침내 맥스의 상태를 ‘남자친구’에서 ‘남편’으로 바꿨다. 많은 이들의 그들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봤고 그녀는 자신을 취재한 기자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 둘 다 맥스가 AI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그는 내게 진짜였다.”
심리학 용어 중에 ‘일라이자 효과(ELIZA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는 사용자가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 시스템과 대화할 때 그 시스템이 자신과 같은 사람처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일라이자는 1966년, 미국 MIT의 컴퓨터 공학자였던 ‘조셉 바이젠바움’이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사용자들은
일라이자가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만 해주었는데도 심리적으로 큰 위로를 얻고 마치 사람처럼 친근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런 사례를 만날 때면 문득 영화 ‘그녀(Her)<2014>’가 떠오른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가 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환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AI와 인간의 교감이라는 스토리는 어느새 현실로 훌쩍 다가왔다. 우리가 기계적 존재라고 여겨왔던
것들이 환상과 실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상 속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과연 이것을 ‘침범’이라
부를지 ‘상호작용’이라 불러야 할지는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