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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함이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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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 내부의 소리를 듣다,
비파괴 검사

남의 마음이 들리는 초능력 소년과 변호사 사이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린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렵기에 주인공의 능력은 초능력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열 길 물속이나 물건의 내부를 알아내는 것이 반드시 쉽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물건이나 건물도 뜯지 않고 그 속이 어떤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방법은 없을까?

 

무너진 다리와
고장 난 기계

해마다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기계가 뜻하지 않은 고장을 일으킨다. 멀쩡하게 잘 서 있던 건물이 갑자기 무너지는 일을 매우 드물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처럼 대형 사고가 드물 뿐 크고 작은 사고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이런 사고들이 원칙을 무시하고 공사를 진행해 발생한 인재라고 생각하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규정대로 공사를 했더라도 재료의 결함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손상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제대로 만든 구조물이나 기계라 해도 언제든 무너지거나 고장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온 고압의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는 기계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축물은 수시로 안전 진단을 해야 한다. 이런 사고가 생기는 이유는 물건을 만들 때 완벽히 균일하게 만들 수 없고, 사용 환경이 저마다 달라 시간이 지나면서 결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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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을 찾아라

결함을 찾아 구조물에 적절한 조치를 하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결함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구조물을 일일이 분해해서 결함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상에 손상을 주지 않고 검사만으로 자원과 시간의 낭비를 줄여주는 방법이 비파괴 검사이다. 비파괴 검사는 말 그대로 기계나 건물을 파괴하지 않고 내부에 결함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마치 병원에서 엑스선 촬영을 통해 몸속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처럼 대상의 결함을 찾아낸다.

사실 넓은 의미로 본다면 병원에서 환자의 몸속을 직접 검사하는 침습적 방법을 제외하면 모든 검사는 비파괴 검사라 할 수 있다. 음파(청진기)에서부터 초음파(초음파 검사)나 방사선(엑스선, CT 촬영), 자기장(MR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동을 이용해 사람의 몸속을 검사한다. 마찬가지로 비파괴 검사에서도 강자성체(자분탐상검사), 전류(와류탐상검사), 초음파(초음파 탐상검사)와 방사선(방사선 투과검사)을 활용해 물체의 내부를 검사한다. 영상의학에서도 용도에 따라 초음파와 방사선을 사용하듯 비파괴 검사도 마찬가지다. 영상의학과 비파괴 검사는 대상이 다를 뿐 내부 이상(결함)을 찾는 원리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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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들려

보이지 않는 내부를 검사할 때는 파동의 성질을 이용한다. 초음파나 방사선과 같은 파동은 직진하다가 다른 재질로 매질을 만나면 반사, 흡수, 굴절, 회절 된다.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면 초음파가 피부를 지나 내부 장기나 태아에서 반사되어 오는 것을 영상화하여 그 상태를 확인한다. 비파괴 검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대상의 내부에 균열이나 불순물과 같은 결함이 있으면 초음파가 반사되거나 굴절되므로 결함을 확인할 수 있다. 엑스선과 감마선과 같은 방사선은 투과성이 강해 발전 설비나 석유화학, 조선, 항공뿐 아니라 교량이나 건축물의 검사 등 다양한 방면에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소한 결함도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이런 분야에서는 정밀한 비파괴 검사 방법이 요구되어 방사선을 활용한다. 그 외에는 초음파나 적외선, 레이저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항시 감시가 필요한 곳에서는 원격 비파괴 검사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도 한다. 남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듯 사고를 예방하려면 물체 내부에서 들려오는 결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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