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의 꽃이 만발하는 봄은 경주여행을 가기 좋은 계절이다.
신라 시대 문화 유적지로 가득한 경주는 ‘노천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노천(露天)’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이슬 떨어지는 하늘 아래 사원과 탑, 능과 유물이 가득하니 경주를 표현하는데 이보다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싶다.
따뜻한 봄, 가족과 연인,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거닐면 좋은 경주의 명소 다섯 곳을 소개한다.
벚꽃에 이어 경주의 봄이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황룡사지 들판을 푸르게 물들이는 ‘청보리밭’ 때문일 것이다. 경주는 언제 방문해도 좋지만 봄에 만나는 황룡사지 청보리밭은 또 다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분황사와 황룡사지 사이의 너른 들판은 계절별로 아름다운 옷을 갈아입어 관광객들에게 인생샷 스팟으로 유명하다.
특히 봄이면 청보리의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드는데 청보리는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무럭무럭 자라 절정에 이른다. 다 자라면 높이가 성인의 허리까지 오는데 청보리밭 사이를 거닐면 마치 초록색 파도 속을 누비는 것 같다.
5월 말에는 누렇게 익은 보리를 수확하기 때문에 청보리밭을 즐길 수 있는 건 겨우 한 달 남짓이라고 한다. 청보리밭 중앙엔 분황사 당간지주가 우뚝 서 있는데 구름 사이로 비치는 빛 내림을 받는 모습이 장관이라 사진작가들도 이 순간을 포착하려 많이 찾는다.
동양 최대 사찰이었던 황룡사의 터를 살펴보며 사르륵사르륵 소리를 내며 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푸르게 물든다.
Travel Info : 황룡사지황룡사역사문화관
경북 경주시 구황동 772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의 문화유산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역사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한 번쯤 와봤을 국립경주박물관은 실내와 실외 전시를 두루 갖추고 있어 신라 문화 예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으로 이루어진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이 있다. 또한, 국립경주박물관은 60여 년의 전통을 지닌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를 비롯한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어린이박물관도 상시 운영 중에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예약 없이 바로 방문이 가능하지만, 국립경주어린이박물관은 사전 예약이 필수니 아이에게 색다른 체험을 시켜주고 싶다면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는 신라의 대표적인 유물들이 무수히 전시되어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유물은 ‘웃는 기와’이자 ‘신라의 미소’로도 유명한 ‘얼굴무늬 수막새’가 아닐까 싶다. 온전한 모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깨진 시간의 틈새로 새어 나오는 온화한 미소는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유물을 전부 관람하지 못하더라도 얼굴무늬 수막새는 꼭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신라 천 년의 시간을 잠시나마 들여다보는 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Travel Info : 국립경주박물관
경북 경주시 일정로 186 국립경주박물관
매일 10:00-18:00/ 3월, 11월 첫 번째 월요일 임시휴일
054-740-7500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에는 600여 년의 전통을 가진 양반 집성촌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 민속 마을 중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가 있는 대표적인 반촌으로 1984년 마을 전체가 대한민국의 국가민속문화재 189호로 지정되었고, 2010년에는 대한민국의 10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마을 초입에 도착하면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최소 100년 이상 된 54호의 양반 기와집과 110여 호의 아담한 초가집, 그리고 나지막한 토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을 걷다 보면 흙으로 채워진 담벼락과 냇가와 길목마다 핀 작은 들꽃들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양동마을은 설창산 자락을 따라 높은 지대에는 양반 가옥이, 낮은 지대에는 하인들이 살았던 가옥이 위치하기 때문에 부지가 넓어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마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고택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마을 위쪽에서 아래의 경관을 내려다보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된다. 색이 바랜 나무 문과 돌담, 기와 한 장 한 장에 수백 년의 시간이 쌓여 현재까지 우리 앞에 남아있는 것처럼 과거를 탐방하고 싶다면 양동마을에 가보자. 유교 전통문화와 관습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있어 아름다운 우리 예절과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Travel Info : 경주 양동마을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125
월-금 09:00-18:00
054-762-2630
어둑해지는 시간, 경주 여행이 저물어 가는 게 아쉽다면 저물지 않는 신라의 밤을 만나러 가보자. 야간 조명이 아름다워 저녁에 산책하기 좋은 ‘동궁과 월지’와 ‘월정교’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동궁과 월지는 신라의 별궁이 자리했던 궁궐터로 과거 안압지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1980년대 이 지역에서 발굴된 토기 파편에서 신라 시대, 이 호수 일대를 ‘월지’라고 불렀다는 증거를 발견한 이후, 2011년부터 안압지가 아닌 동궁과 월지로 공식 명칭을 바꿨다.
동궁과 월지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 특히 그 매력이 빛을 발한다. 조명을 받는 벚나무들이 웅장하게 하늘을 감싸며, 어두운 수면에 비친 건축물이 거꾸로 뒤집힌 세계처럼 몽환적이다. ‘월지’라는 이름처럼 달이 비치는 연못은 경주에서의 꿈같은 밤을 선사한다.
동궁과 월지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진 교량 월정교가 있다. 월정교는 과거, 경주 월성과 남산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월정교는 바깥에서 보는 모습도 멋있지만, 안으로 들어가야 진정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입구에 서면 건너편 출구까지 길고 곧게 뻗은 다리가 보인다. 지붕과 기둥으로만 이루어진 통로지만, 마치 실내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끝없이 늘어진 웅장한 기둥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야간 조명의 빛무리 너머, 소실점으로 좁아지는 통로의 끝을 보고 있자면 과거의 시간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몰입감마저 느끼게 된다.
Travel Info : 동궁과 월지
경북 경주시 원화로 102 안압지
매일 09:00-22:00 / 입장 마감시간 21:30
054-750-8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