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봄이다. 밝은색 옷을 입고 싶고 꽃구경도 가고 싶고 낯선 이와 사랑에 빠져 울고 웃고 싶다. 하지만 집 밖에 나가기 귀찮다면 소파에 앉아 스크린 너머 타인들의 연애사를 구경하는 건 어떨까?
감성 충만, 대리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멜로 영화 10편을 엄선해왔다.
어렸을 때 처음 들었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노래 가사는 어려운 질문 같았다. 너무 아픈 사랑이 어떻게 사랑이 아닐 수 있을까, 아픔이 오히려 사랑의 증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故 김광석의 노래가 OST로 쓰인 <클래식>(2003, 곽재용)은 수수께끼 같던 감정의 실마리를 해독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교차적으로 전개되는 네 남녀의 사랑은 엄마에게서 딸에게로 이어진다. 지혜와 상민의 인연은 마치 준하와 주희의 오마주처럼 비를 맞으며 시작된다. 1968년 쏟아진 소나기를 맞은 주희와 준하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또한, 아픈 사랑에 흠뻑 젖어버렸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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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에도 끝은 있다. 봄이 오고 또 봄이 스러져 가는 것처럼, 붙잡고 싶지만 보내주어야 하는 것들도 있다.
<봄날은 간다>(2001, 허진호)는 우리 인생에서 기꺼이 놓아줘야 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느 봄날, 은수와 상우의 사랑은 벚꽃처럼 시작되었다. 따뜻한 봄을 지나 여름이 될 무렵 상우는 은수에게 결혼 얘기를 꺼냈고, 과거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의 마음을 부담스러워했다.
‘라면 먹을래요?’라는 대사처럼 은수는 늘 상우에게 인스턴트 같은 애정을 줬고, 상실의 경험을 해본 적 없는 상우는 늘 온 마음을 다해 은수를 사랑했다.
사랑과 상실, 우리도 누군가에겐 은수였고 상우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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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간 속에서 같은 사랑을 꿈꿀 수 있을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것은 대한민국 판타지 멜로의 시초가 된 <동감>(2000, 김정권)이었다. 아마추어 무선을 통해 1979년을 사는 여자와 2000년을 사는 남자가 시간을 뛰어넘어 교신한다.
개기월식이 있던 어느 날 밤, 낡은 무전기에서 흘러나온 교신음은 어쩌면 뒤틀린 운명의 시작되는 걸 암시했는지도 모른다.
소은과 지인은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조차 알 수 없지만, 서로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을 키운다. 닿지 못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신기루처럼 판타지 같은 그들의 사랑은 21년이라는 시간의 격차를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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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큼 흔한 소재가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이유는 흔한 만큼 특별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흔한 사랑을 어쩌지 못해 울고 웃는다. <연애소설>(2002, 이환)은 혼란스럽고 통제할 수 없는 사랑의 파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느 날 지환의 카메라 속으로 불쑥 들어온 수인과 경희처럼 사랑은 타인의 인생에 갑자기 끼어들고 예고 없이 떠나버린다
두 여자가 떠나고 난 빈자리에서 홀로 남은 지환에게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사진이 배달된다.
지환은 그 사진에서 경희와 수인을 느끼고 만다. 타인의 빛바랜 앨범을 몰래 훔쳐보듯 아련한 감성에 빠지고 싶다면 연애소설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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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사랑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터널 선샤인>(2004, 미셸 공드리)은 사랑이 어느 지점에 놓여있는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을 지우면 이 아픔도 사라질까? 영화는 클레멘타인과 메리를 통해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추억 속에 존재하는 것인가를 묻고 있다.
지운 사랑은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고로 사랑은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한다.
안락한 집과 낯선 길목에도, 파도가 쓸고 간 해변가에도, 안녕이라 말하고 뒤돌아 멀어지는 상대의 뒷모습과 마주 잡은 손바닥의 온기에서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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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소중함은 그 존재가 없을 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명작으로 평가받는 영화들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이프 온리>(2004, 길 정거)는 죽은 연인이 아무 일도 없던 듯 살아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연인 사만다를 잃은 이안은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옆에서 평소처럼 자고있는 사만다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기쁨도 잠시,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단 것을 깨달은 그는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전하기로 마음먹는다.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줘서 고마워, 또 사랑받는 법도.’ 그리고 다행히도 아직, 우리는 늦지 않았다. 오늘이라도 소중한 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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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에게 첫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남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길 수도 있고, 누구냐고 캐물을 수도 있으며 화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애틋하고도 아름다운 선택을 하는 남편이 궁금하다면 <선물>(2001, 오기환)을 보자. 결혼 3년 차 부부, 용기와 정연의 이유 없는 냉전은 나날이 심해지기만 한다. 우연히 아내 정연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용기는 그녀에게 마지막 추억을 찾아주고자 한다.
내 아내의 첫사랑은 과연 누구일까? 의문과 함께 점점 마지막 시간이 가까워지는 아내 곁에서 용기는 초조하기만 하다. 마침내 용기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아내를 위한 쇼를 준비한다. 당신은 세상이 내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것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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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주는 엉뚱한 상상력에 빠지고 싶다면 <아는 여자>(2004, 장진)를 보자.
한때 잘 나가던 투수였던 동치성은 현재는 2군으로 밀려난 신세다. 실연당한 어느 날, 3개월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다.
그런 그에게 한이연이라는 낯선 여자가 다가온다. 어차피 얼마 못 가 떠날 인생,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사는 동치성 앞에 끊어진 줄 알았던 생의 미련이 다시 이어진다.
사랑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사랑은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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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전혀 다른 두 남녀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500일의 썸머>(2010, 마크 웹)를 추천한다.
<500일의 썸머>는 2010년 첫 개봉 후 두 차례 재개봉을 진행할 정도로 국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로맨스 영화다.
특히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톰과 썸머가 헤어지기까지 500일 동안의 이야기가 천천히 진행된다. 유효기한이 정해져 있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톰과 현실적인 사랑을 원하는 썸머의 입장 차이는 현재 연애를 하는 남녀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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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67분, 상업 영화치곤 꽤 짧은 러닝타임이다. 누군가는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짧은 만큼 긴 여운을 주는 <4월 이야기>(2000, 이와이 슌지)는 봄날의 낮잠 같은 영화다.
홋카이도 출신의 우즈키는 고교 시절 짝사랑하던 선배를 따라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선배지만 그가 일하는 서점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자신의 짝사랑을 남몰래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느낀다.
낯선 도시에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우즈키의 짝사랑이 이루어졌는지는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이다음을 상상하게 하는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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