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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3일, 경주 문무대왕면의 한 언덕에서 약 5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장의 천이 벗겨졌다. 준공기념석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지속 가능한 미래, 국민 안전과 신뢰로 이어갑니다.” 2012년 첫 삽을 뜬 지 14년, 168개월 만의 일이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이 마침내 모습을 갖춘 순간이다. 그러나 이날의 슬로건은 ‘완공’이 아니라 ‘완공을 넘어’였다. 처분시설에서 준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이다. 건물은 세웠지만, 단 한 드럼의 방폐물도 아직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짜 임무는 이제부터다.
동해를 등진, 세계 유일의 자리,
세계 최초 복합처분시설
이번 준공으로 경주 처분장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시설이 됐다.
2015년부터 가동해 온 1단계 동굴처분시설은 해수면 아래 80~130m 깊이의 지하 처분고에 방폐물을 처분한다.
여기에 지상의 표층처분시설이 더해지면서, 단일 부지에서 지하와 지상 처분을 동시에 수행하는 세계 최초의 복합처분시설이 완성된 것이다.
두 시설은 역할을 나눈다. 방사능 농도가 비교적 낮은 저준위 이하 폐기물은 표층으로, 중준위 폐기물은 기존 동굴로 보낸다. 폐기물의 성질에 맞춰 처분하는 정교한 체계가 비로소 가능해졌다.
두 시설의 합산 처분 능력은 22만 5천 드럼. 2031년 3단계 매립형처분시설까지 더해지면 38만 5천 드럼으로 늘어난다.
14년, 그리고 남은 한 걸음,
착공에서 첫 드럼까지
처분시설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에는 폭우와 지진, 산불까지 앞으로 300년간의 수많은 경우의 수가 계산돼 들어갔다. 2018년에는 경주 지진을 반영해 내진 성능을 리히터 규모 7.0으로 끌어올리는 설계 보강을 마쳤다.
그렇게 다져진 시설이 2025년 12월 준공에 이르렀고, 이듬해 3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사용전검사를 통과했다.
준공식은 이 긴 여정의 한 매듭이었다. 하지만 표층처분시설이 실제로 방폐물을 받아 처분하기까지는 한 단계가 더 남아 있다.
규제기관에 운영 개시를 신고하고, 처분 전 검사를 거친 뒤, 올해 연말 첫 드럼을 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어 있는 20기의 처분고는 지금 그 첫 방폐물을 기다리는 중이다.
비어 있어도, 멈추지 않는다,
가동을 준비하는 시간
빈 시설이 곧 멈춰 있는 시설은 아니다. 준공과 운영 개시 사이의 시간에도, 처분장은 분주하다. 방폐물추적관리시스템(WTS)은 방폐물의 발생부터 운반 · 인수 · 검사 · 처분 ·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한 흐름으로 추적한다. 운반 차량과 선박의 위치는 위성으로 실시간 확인되고, 용기 하나하나의 이력은 전자태그로 관리된다.
2025년 12월에는 134억원을 들인 4층 규모의 방폐물분석센터가 문을 열어, 외부에 의존하던 핵종 분석을 이제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안전을 위한 대비도 운영을 앞두고 한층 촘촘해졌다. 기후변화로 잦아진 대형 산불에 대비해 경주시 · 소방서와 공동 대응 훈련을 실시했고, 임목보다 높은 곳에서 사방으로 물을 뿌리는 수관수막설비 8기를 설치했다. 5중 다중차단구조로 규모 7.0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된 이 시설은, 그렇게 첫 방폐물을 맞을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중 · 저준위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기념석
첫 드럼을 기다리는 사람들
테트리스처럼, 한 단씩,
드럼이 처분고에 들어가는 법
처분고 20기는 아직 비어 있다. 하지만 운영팀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백 번 드럼이 쌓였다. 첫 방폐물이 들어오기 전, 이들이 하는 일은 그 동작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2025년 12월에는 134억원을 들인 4층 규모의 방폐물분석센터가 문을 열어, 외부에 의존하던 핵종 분석을 이제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안전을 위한 대비도 운영을 앞두고 한층 촘촘해졌다. 기후변화로 잦아진 대형 산불에 대비해 경주시 · 소방서와 공동 대응 훈련을 실시했고, 임목보다 높은 곳에서 사방으로 물을 뿌리는 수관수막설비 8기를 설치했다. 5중 다중차단구조로 규모 7.0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된 이 시설은, 그렇게 첫 방폐물을 맞을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처분은 한 편의 정교한 동작으로 이뤄진다. 200L 드럼을 실은 전용 처분트럭이 운영 중인 처분고 옆 빈 처분고까지 들어서면, 위쪽의 이동형 크레인이 드럼을 집어 처분고 안에 층층이 내려놓는다. 마치 테트리스처럼, 빈틈을 남기지 않고 한 단씩 채워 나간다. 한 단이 다 차면 드럼과 드럼 사이를 묽은 시멘트, 그라우트로 메운다. 흔들림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렇게 아홉 단까지 쌓아 올린 뒤 상부에 콘크리트 슬래브를 덮으면, 한 처분고의 밀봉이 끝난다.
비가 와도 방폐물이 젖지 않도록, MCS의 지붕이 처분고 위를 가린 채 작업이 진행된다. 운영팀은 지금 이 모든 순서를 반복 훈련과 시뮬레이션으로 점검하며, 첫 드럼이 도착하는 날을 준비하고 있다.
발생지에서 처분고까지,
한 드럼이 거치는 여섯 개의 관문
처분고에 도착하기까지, 드럼 한 개는 긴 검사의 길을 지난다.
방폐물은 원전과 연구기관 등 발생지에서 예비검사를 거친다. 합격한 드럼만 경주로 향한다. 육상으로는 탄소강 전용 용기에 여덟 개씩 담겨 트럭으로, 바다로는 전용 운송선박 청정누리호에 실려 온다. (편집 메모: KORAD의 매거진과 이름이 같은 배) 도착한 방폐물은 인수검사와 처분검사를 다시 거치고, 모두 통과한 것만 비로소 처분고로 들어간다.
이 모든 과정은 방폐물추적관리시스템(WTS)이 지켜본다. 운반 차량과 선박의 위치는 위성으로 실시간 확인되고, 용기마다 붙은 전자태그는 반입과 반출의 시각을 한 개 단위까지 기록한다. 또한, 2025년 12월 문을 연 방폐물분석센터가 방폐물의 핵종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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