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비행기를 자주 타거나 CT 검사를 받으면 방사선에 많이 노출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방폐물 처분시설 근처에 사는 것은 괜찮은가요?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A
방사선이라는 단어는 막연한 두려움을 주기 쉽습니다. 하지만 방사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상적인 존재입니다. 그리고 처분시설 주변의 방사선량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를 숫자로 비교해보면, 막연한 불안 대신 좀 더 냉정한 시각이 생깁니다. 우리는 이미 매일 방사선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쏟아지는 우주방사선, 대지에서 올라오는 지각방사선, 숨 쉬는 공기와 먹는 음식 속에 포함된 자연방사성물질까지-지구에서 사는 것 자체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일입니다. 세계 평균으로 사람은 매년 약 2.4mSv(밀리시버트)의 자연방사선을 받으며, 한국의 경우 자연방사선과 의료방사선을 합산하면 1인당 연간 평균 약 7.29mSv에 달합니다(2020년 기준). 의료 이용률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CT나 X선 검사 등 의료방사선이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일상 속 비교를 해보면 이해가 더 쉽습니다. 서울-유럽 왕복 비행 한 번에 약 0.07mSv, 흉부 CT 한 번에 약 5~7mSv의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경주 처분시설의 경우 시설 주변 방사선량을 법적 규제기준인 연간 0.1mSv의 약 1/25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인 연간 평균 자연방사선 피폭량의 1/600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입니다. 처분시설 주변 8곳에 환경방사선 감시기가 설치되어 있고, 인근 토양·농작물·수산물 시료를 정기적으로 수거해 방사선 영향 여부를 지속적으로 추적·공개합니다. CT 한 번 찍는 것보다 수천 배 낮은 수준에서 처분시설이 관리되고 있다는것, 그것이 숫자가 말해주는 사실입니다.
※ mSv = 밀리시버트 (방사선 피폭량 단위)
Q
최근 뉴스를 통해 핀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분장'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국의 방폐물 처분시설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나라도 비슷한 시설을 가질 수 있을까요?
A
핀란드의 온칼로(Onkalo)는 2025년 세계 최초로 건설을 완료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분장입니다. 원자력을 사용하는 나라들이 수십 년간 풀지 못한 숙제, 즉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어디에, 어떻게 영구적으로 보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인류가 처음으로 내놓은 실천적 답이기도 합니다.
온칼로가 특별한 이유
온칼로는 지하 400~450m 깊이의 단단한 화강암 기반암에 처분 터널을 뚫고, 사용후핵연료를 구리-강철 캐니스터에 밀봉한 뒤 점토 광물인 벤토나이트로 완충 처리해 영구 보관하는 방식입니다. 목표는 방사능이 자연 수준으로 감쇠하는 데 걸리는 10만 년 동안 완벽히 격리하는 것입니다. 핀란드 의회가 영구 처분 결정을 내린 것이 1983년이었으니, 건설 결정부터 운영 개시까지 꼬박 41년이 걸린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나라도 또한 핀란드와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고유의 지질환경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처분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핀란드도 온칼로를 짓기까지 4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듯, 충분한 연구와 검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KORAD는 처분시설 건설에 앞서 지하 약 500m 깊이의 환경을 미리 조사하고 처분기술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은 방사성폐기물을 반입하지 않는 순수 연구시설로, 처분기술 개발과 함께 국민이 직접 안전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견학·체험 공간으로도 운영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11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되었고, 현재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받고 있습니다. 2032년까지 시설 확보를 목표로 하며, 2033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만의 지질 조건에 맞는 기술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중입니다.
Q
2025년 초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이게 방폐물 처분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KORAD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A
2025년 2월 27일, 40여 년 묵은 숙제 하나가 풀렸습니다. 1986년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부지 선정을 처음 시도한 이후 9차례 실패를 거듭해온 끝에, 여야 합의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입니다. 3월 25일 공포, 2025년 9월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법이 만들어진 배경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매년 약 700톤 이상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합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꺼낸 뒤에도 강한 열과 방사선을 수십 년간 내뿜기 때문에, 각 원전 부지 내 수조(습식 저장)에 임시로 보관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습니다. 이 임시저장시설들이 포화에 임박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Q
법이 만들어지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A
가장 큰 변화는 '법적 절차와 보상 기준이 명확해진다'는 점입니다. 특별법은 처분시설 유치를 희망하는지자체가 신청하고, 기본조사와 심층조사 2단계를 거쳐 주민투표로 최종 확정하는 민주적 절차를 법에 담았습니다. 또 유치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과 지역 지원위원회 설치도 명시했습니다.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의 저장 용량을 해당 원자로 설계수명 동안의 발생 예측량으로 제한하고, 중간저장시설이 준공되면 즉시 이전하도록 못 박은 것도 중요한 내용입니다.
Q
KORAD의 역할은?
A
원자력에너지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순간부터 그 폐기물이 완전히 처분되는 순간까지 책임이 끝나지 않습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그 마지막 책임을 맡은 기관입니다.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고 멈춘 뒤에도, 사용후핵연료가 안전하게 땅속 깊이 봉인되는 그날까지 관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KORAD의 존재 이유입니다. 특별법 시행에 맞춰 KORAD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확보, 처분 기술 실증, 안전 기준 마련, 부지선정 절차 지원, 그리고 지역 주민과의 공감대 형성 등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전 과정에 걸쳐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됩니다. 원자력에너지의 시작은 발전소에 있지만, 그 끝은 KORAD에 있습니다. 40년 논의 끝에 시작된 첫걸음. 그 첫 발의 실무를 KORAD가 함께 걸어갑니다.
Q
방폐물이 원자력발전소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도 방폐물이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CT를 찍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쓰이는 물질들이 결국 방폐물이 되는 건가요?
A
맞습니다.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거나 치료를 받을 때 활용되는 방사성 물질들도, 사용이 끝나면 방사성폐기물로 분류되어 특별 관리됩니다. 다만 그 종류와 위험도, 그리고 관리 방식은 원전 폐기물과 크게 다릅니다.
의료 방폐물이란 무엇인가요?
병원의 핵의학과에서는 갑상선암 치료·진단에 아이오딘-131(반감기 8일), 암 진단용 PET 촬영에 플루오린-18(반감기 약 2시간)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합니다. 이 물질들과 접촉한 주사기, 용기, 장갑, 솜 등은 방사성폐기물이 됩니다. 반감기가 매우 짧은 것들은 시설 내에서 자연 붕괴를 기다렸다가 방사능이 충분히 낮아지면 일반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고, 반감기가 긴 것들은 드럼에 담아 경주 처분시설로 보내집니다. 비파괴검사나 산업용 방사선 장비를 사용하는 산업체, 연구기관,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저준위 방폐물이 발생합니다.
?
방폐물, 어디서 나오나
전체 방폐물의 95% 이상이 중·저준위 폐기물입니다.
Q
그 폐기물들은 어떻게 처분되나요?
A
고체 형태의 폐기물은 압축해 부피를 줄인 뒤 드럼에 담고, 액체·기체 폐기물은 필터와 이온교환수지로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뒤 시멘트로 고화해 드럼에 봉입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드럼이 경주 처분시설 지하 사일로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덕분에 회수된 방사성 물질이, 엄격한 검사와 포장·운반 절차를 거쳐 안전하게 땅속에 보관된다는 것-일상과 방폐물 관리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