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26년 봄, 분석센터의 램프가 켜졌다. 선언이 아니라 실제 운영의 시작이다. 방사성폐기물은 이제 이곳의 정밀한 검증을 통과해야만 처분의 자격을 얻는다. 분석센터가 수행하는 일은 크게 세 단계로 이어진다. 방폐물 발생자가 시료를 채취하기 전, 공단은 채취 계획서를 미리 검토하고 승인한다.
이어 현장에 직접 입회해 채취 과정을 확인하고, 발생자의 분석이 완료되면 그 결과를 전수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공단이 동일한 시료를 직접 가져와 독립적으로 분석해 두 값을 교차 비교한다. 발생에서 처분까지, 핵종 분석의 전 과정에 공단의 눈이 함께한다.
분석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방사능 계측실이다
민간 기관에서는 갖추기 어려운 저농도 방사능까지 측정할 수 있는 장비들이 이곳에 집결해 있다. 정밀 계측의 전 단계인 칭량실에서는 시료와 시약의 무게를 0.001g 단위까지 측정한다. 이 수치는 스마트 저울을 통해 즉시 서버로 전송된다. 사람이 손으로 받아 적는 과정이 사라진 자리에 오류의 가능성도 함께 사라졌다. 2018년 핵종분석 오류의 핵심 원인이었던 수기 기록의 취약점을 기술이 대신한다. 현재는 핵종 분석 장비의 방사능 계측값까지 서버에 자동 전송되는 전 과정 데이터 자동화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하는 중이다. 데이터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곧장 기록되는 실험실, 그것이 분석센터가 지향하는 투명성의 최종 형태다.
분석센터의 역할은 공단 내부에서 멈추지 않는다. 현재 공단은 자체 개발한 핵종 분석 기술의 표준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배경은 명확하다. 소규모 민간 업체들은 분석에 필요한 인력·예산·기술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공단이 4년에 걸쳐 개발한 분석 절차를 표준화해 민간에 이전하면, 업체들은 신뢰할 수 있는 동일한 방법으로 분석을 수행할 수 있고, 공단은 그 결과를 일관된 기준으로 검증할 수 있다. 이미 31개 민간 기관이 참여하는 핵종분석 협의체가 운영 중이며, 분석 인프라와 교육 지원도 함께 제공된다. 이 표준화는 다가오는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비이기도 하다. 국내 원전 해체가 본격화하면 방사성 오염 폐기물이 대량 발생한다. 분석 역량을 갖춘 업체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으면 처분 전 단계에서 병목이 생기고 해체 사업 전체가 지연된다. 공단이 기술을 나누고 생태계를 키우는 이유다.
원자력안전법 제145조는 방사성폐기물의 시료 분석 결과와 방법을 시설이 폐쇄되는 먼 미래까지 영구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분석센터가 오늘 생산하는 모든 데이터는 그 자체로 미래 세대를 향한 기록이다. 숫자 하나, 측정값 하나가 수십 년뒤 처분 시설의 안전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분석센터는 그 무게를 알고 있다. 정밀한 장비, 검증된 기술, 그리고 매일 실험실을 지키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록이 쌓일수록, 대한민국 방폐물 관리의 신뢰도 함께 두터워진다. 그 기록을 매일 직접 써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분석센터의 현장을 지키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분석의 전 과정을 우리가 직접 책임집니다”
핵종 분석 결과 검증부터 기술 표준화, 산업 생태계 활성화까지 담당하는 방폐물분석팀 강소영 과장. 분석센터 본격 가동의 현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분석센터가 실제로 하루하루 수행하는 핵심 업무는 무엇인가요?
방폐물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처분 시설로 인수될 때까지, 핵종 분석 결과의 신뢰성을 전 과정에서 지키는 일입니다. 시료 채취 계획 승인, 현장 입회, 분석 과정 검사, 그리고 저희가 직접 시료를 가져와 교차 검증하는 단계까지, 방폐물의 모든 여정에 저희 팀이 함께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공간을 꼽는다면요?
방사능 계측실입니다.
민간에서 갖추기 어려운 저농도 방사능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비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분석센터의 실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핵종분석 기술 표준화,
왜 지금 시작하는 건가요?
원전 해체가 본격화하면 방폐물이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그때 분석할 수 있는 업체가 없으면 처분 자체가 막혀요. 지금 표준화하고 기술을 이전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병목이 생깁니다.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거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분석 역량 평가에서 8년 연속 A등급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요?
저희를 규제하는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매년 미지의 시료를 배부해 실제로 분석하게 한 뒤, 오차 범위 안에 들어오면 A등급을 주는 방식으로 평가합니다. 저희가 계속 A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경험 많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분석 기술을 체계적으로 전수해온 덕분입니다. 제도나 장비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어져 온 기술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신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집니다”
분석센터 건축의 설계 검토부터 시공, 인허가까지 총괄한 시공관리팀 권희택 과장.건물을 만든 사람의 시선으로 분석센터를 다시 바라봤다.
분석센터 시공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디였나요?
두 곳입니다. 하나는 칭량실이에요. 미세한 무게 측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 외부 진동과 오염을 완전히 차단해야 했습니다. 또 하나는 방사선 관리구역 전체입니다. 음압이 항상 유지되어야 하니 부압지시계를 추가 설치하고,실험 중 발생하는 산으로부터 공조 덕트가 부식되지 않도록 재질도 따로 변경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일수록 더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분석센터 전체 시공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신다면요?
연약지반에 시공하다 보니 약 4,000개의 팽이 기초를 사용해 하중을 균등하게 분산시키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콘크리트 공사와 내·외부 마감 공사 순으로 진행했고요. 특히 주차장과 지붕 층에 태양광 발전 장치를 설치하고 BEMS와 설비를 연동하는 등 친환경 시공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그 결과 제로에너지 2등급, 에너지 효율 1+++ 등급, 녹색건축 우량 등급까지 공단 최초로 건축물 친환경 인증을 모두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시공을 마치고 본격 가동하는
모습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방폐물 분석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뜻깊습니다. 앞으로도 처분 시설 인프라 구축과 운영 지원에 계속 기여하고 싶습니다.
-
본사주소. [38062] 경상북도 경주시 충효천길 19 (서악동)
대표전화. 054-750-4114
COPYRIGHT ⓒ KORAD. ALL RIGHT RESERVED.